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시장은 포화기로 접어들었는데,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고 정부 규제의 칼날은 더욱 예리해져 업계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발국인 중국의 추격은 날로 거세지고 있고,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의 반격은 간담을 서늘케한다.


모두 틀린 얘기는 아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걱정이다. 내심 이명박 정부 임기내에 세계 3대 게임강국 도약을 꿈꿨던 대한민국으로선 부담이 작을 리 없다. 그러나, 위기는 반드시 기회를 동반한다. 나라 안팎의 위기 국면 속에서 게임산업은 엄청난 진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꺼질 것같던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산업의 자양분 역할을 하는 산업 및 금융 자본은 넘쳐난다.


세계는 드넓고, 한국게임은 이제 전세계를 누빈다. ‘게임한류’엔 이제 국경도 이념도 없다. 라이벌 중국이 인해전술(人海戰術)식 물량공세로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했지만 여전히 중국제품은 2류취급을 받는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명품’ 취급을 받는다. 선진국의 반격이 매섭다고 하나 이것이 오히려 더 넓은 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를 만든셈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이 이젠 새로운 도약기로 접어들었으며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머지않아 본격적인 르네상스기를 맞을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 소셜 열풍 저변 확충 ‘촉매제’


게임 시장의 저변이 최근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다. 시장 ‘포화론’과 ‘성숙기론’을 무색케한다.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10대초반에서 50∼60년대 장년층까지 확대된 결과다. 게임시장이 연간 7조원, 온라인 게임이 5조원까지 급팽창했지만 두자릿수 성장률이 계속되고 있다. SNG·웹게임·스마트디바이스게임 등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게임을 도외시하던 여성들과 중장년층의 생각이 달라졌다. 게임인구는 작년 이후 놀라울 정도로 순증(純增)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소셜네트워크(SNS)의 바람은 게임 저변의 무한 확장을 재촉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 열풍이 휘몰아치면서 SNG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 SNS 기반 SNG시장은 기존에 게임 소외 계층이었던 여성과 중장년층을 빠르게 흡수하며, 게임시장의 절대 파이를 키우고 있다.

 

국내서도 네이버·네이트 등 대형 포털들이 앞다퉈 SNS와 SNG를 연계한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미·일본 등 게임본고장에선 이미 SNG 시장은 기존의 전통적인 게임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폭발력을 내며 투자가들이 관련업체에 뭉칫돈을 쏟아붓고 있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용 게임 시장의 성장 속도는 혀를 내두르게한다. 이른바 ‘뉴플랫폼’으로 불리우는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은 닌텐도·소니·MS 등의 콘솔 진영을 압도하는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북미 리서치 기관 등에 따르면 미국의 콘솔시장은 30% 이상 급감한바면, 뉴플랫폼 시장은 두배 가까운 성장률을 나타내며 주류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 ‘글로벌 파워’ 갈수록 위세


강력한 스펙으로 중무장한 고성능 PC의 등장은 영화를 방불케하는 대작게임의 출현을 앞당기면서 게임시장의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NHN이 올초 출시해 빅히트를 기록한 블루홀의 ‘테라’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크라이와 함께 당대 최고 성능의 3D 엔진으로 불리는 언리얼3를 탑재한 ‘테라’는 WOW나 아이온을 능가하는 완성도를 바탕으로 MMORPG의 사용자층을 대폭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안으로 오픈할 ‘블레이드앤소울’과 ‘아키에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테라’의 성공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기존 유저를 잠식한게 아니라 새로운 유저층을 흡수했다는 점이다. ‘아이온’ 이후 더이상은 대박 MMORPG가 나오기 어렵다는 ‘한계론’을 불식하고 ‘테라’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더욱이 ‘테라’의 대박에도 불구하고 ‘아이온’ ‘서든어택’ 등 기존 게임들의 유저 이탈률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온라인 게임 시장이 커졌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세계 무대를 향한 글로벌 ‘G-코리아’ 파워가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는 점도 게임산업의 르네상스를 예고하는 긍정론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불과 4∼5년전까지만해도 중국, 일본, 대만 등에 의존해온 한국 온라인 게임은 이제 북미·유럽은 물론이고 동남아, 중동, 중남미를 넘어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심지어 중국의 경우는 한국게임을 빼고는 게임시장을 논할 수 없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한국게임 듀오 덕분에 중국 부동의 게임업계 1위에 등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발 시민혁명의 진원지인 이집트의 경우도 적지않은 한국게임 유저들이 존재한다”며 “이제 인터넷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한국게임을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정부 과도한 규제 완화 ‘선결과제’


그래도 변수는 있다. SNG와 뉴플랫폼이 밀어올리는 ‘제2의 빅뱅’이 게임시장을 강타하고 있지만, 이 바람을 본격적인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르네상스’로 이어가는데 몇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큰 장애물이다. 보수층의 인식 부족과 사회적 편견이 ‘셧다운제’와 같은 시대착오적 규제 툴을 만들어냈다. 업계의 동업자 정신이 결여된 것과 산업 마인드가 부족한 것도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선결돼야할 문제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플랫폼간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특히 세계는 SNG와 스마트 디바이스로 시장 구조가 격변기를 맞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온라인에 몰입해 있다. 태블릿게임 개발사인 G사 사장은 “온라인 게임은 우리가 만들어 세계를 뒤흔들었는데, SNG와 스마트 디바이스게임은 미국과 유럽이 이미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어 게임인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고 우려했다.


게임 과몰입과 사행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후진국형 게임 이용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두번째 혁명’을 준비하는 대한민국게임 산업의 풀기 어려운 숙제다. 게임을 여가선용 수단이 아니라 생계 유지를 위한 돈벌이로 악용하는 생계형 유저와 게임 자체보다는 도박에 치중하는 갬블형 유저가 상당수 잔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는 게임산업의 고질적인 역기능 문제를 야기하고, 사회적 인식을 악화시키는 악재중의 악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다양한 뉴플랫폼의 등장과 SNG로 대변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들이 신 시장을 계속 창출하고 있어 몇가지 난제만 해결한다면 게임산업이 화려한 르네상스기를 다시 맞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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