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의도 물품보관소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상자가 신고 되었다. 1년 장기보관으로 계약된 상자인데 주인의 연락처도 모르고 폭발물로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경찰이 투입되고 상자를 열어보니 10억 현금상자였다고 한다. 이 현금상자 주인을 검거 하고 보니 도박게임 사이트의 수익금이었다고 한다. 도박혐의로 구속되어 형기를 대신 마친 사람에게 줄 돈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사행성 게임, 불법 도박 사이트 등의 뉴스를 일상적으로 듣고 살고 있다. 10억 돈상자 사건도 사람들은 ‘아하 불법 게임 사이트니까 가능해’ 라고 반응한다. 우리 주변에서 불법 게임은 이미 식상한 뉴스처럼 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반응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일 것이다.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에는 이제 끄덕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바다이야기를 되돌아보면 그렇게 대단한 게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발사도 영세했고(나중에 돈을 벌었지만) 게임내용도 다른 사행성게임들과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다이야기가 출시될 무렵 정부고시에 의해 상품권을 대량 사용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 규정이 발효되자 상품권은 대량 발행되었고 게임기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되었다. 상품권은 환전도구가 되었고 환전은 사행심을 높여 도박으로 연결시켰다. 나라 전체가 도박장화 되었고 들썩거렸다. 이 사건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재임 중 가장 잘 못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사행성게임 이야기를 또 다시 일상적으로 듣고 산다. 불법 게임장은 주변에서 안 보이는데 10억 돈상자 사건이 터지고 사행성게임 뉴스는 여전히 우리 귀에 들린다. 현재 우리가 듣는 사행성 게임은 바다이야기와는 다른 형식의 도박게임이다. 오프라인 방식이 아닌 온라인 방식으로 다가온 것이다.

 

온라인 방식은 영업장소가 없으니 눈에 잘 띠지도 않는다. 도박중독자도 잘 안 보인다. 그러다 보니 언론도 그다지 관심이 없고 사행성게임 근절 정부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매달 신규 고스톱ㆍ포커(고포류) 게임이 등급심의를 통과한다.


10억 돈상자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사행게임에 빠져있고 스스로는 헤어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이제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 더 이상 늦추면 또 다시 바다이야기가 재현될 지도 모른다.더욱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사행성게임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야만 한다.


현재 국내 굴지의 IT업체의 고포류 게임 매출이 5000억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업체의 고포류 게임매출도 수천억, 수백억 단위로 알려져 있다. 사행성 없이 고포류 게임으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이러한 합법적인 고포류 게임 사이트를 방치하고는 10억 돈상자 사건을 일으킨 사행게임 사이트를 막기는 어렵다.

 

이러한 합법적인 사이트부터 중독을 끊어내고 사행심 조장을 막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합법적인 고포류 게임의 사행성을 낮추는 대책은 이미 전문가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돈의 투입 경로를 차단시키면 되는 것이다. 즉, 충전을 금지하면 되는 것이다. 게임머니가 환전되는 사이트의 사후단속은 어렵다는 것이 상식이다. 사행성 방지 대책을 이야기하면 환전에 대한 사후 감독을 강조하는 일부 주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제나 논의가 흐트러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포류 게임은 게임머니를 돈으로 살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바타의 모자, 의상 등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게임머니를 끼워 팔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명 간접 충전이다. 오프라인 방식인 아케이드 게임은 게임물 등급위원회에서 이러한 방식은 심의를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온라인 게임은 허용된다.

게임과 도박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부터 도박을 스스로 경계하고 도박과 게임을 분리해야 한다. 그러할 때 게임은 창작의 자유를 쟁취하고 영화, 음악과 같은 예술인의 영혼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게임을 빙자한 사행 도박물이 이 사회에서 도태되기를 바란다.

 

[김영국 디게이트 사장 ykkim@xen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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