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적인 제목의 지난 호 칼럼이 나가자 이쪽 저쪽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하거나, 그래도 희망의 메시지를 쉬지 말고 보내달라는 성원의 목소리를 많이 보내주셨다. 


서두가 없고 깊이조차 변변치 않은 짧은 글에 이처럼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보내준 독자 제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바로 이런 맛에 글을 쓰고 게임계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먹고 사느냐고 물으니까 마치 이런 재미로 사는 게 아니냐는 답과 교훈을 다름 아닌 산업계와 독자 여러분들이 꼭 집어 알려준 셈이다.


거룩하게 표현해서 그렇지 신문의 본령인 비판과 견제와 감시의 본 기능은 사실 관심이다. 독자들이 그만큼 산업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것이며 죽어가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더 뻗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관념적 사고의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제도권에서 1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게임계에 엄청난 기대를 쏟아 내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시선이 부담스럽고 몸둘 바를 몰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관심을 반영하고 그 견디기 어려운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게 산업계의 운명이자 숙명이다. 쉽게 얘기하면 제도권인 사회와 산업계가 서로 등을 대고 살 수 없고 날을 세우며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관심이자 교류이자 나눔이다. 


엔씨소프트 김택진사장이 굳이 프로 야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선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의 영역을 넘나들겠다는 사업 목적 외에도  오프라인과의 교류 없이 온라인에만 함몰됐다가는, 그리고 게임계에만 머물렀다 가는 우물안의 개구리밖에 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사장은 프로 야구단 창단에만 머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제도권과의 또다른 교류를 위해, 그리고 산업계와의 또다른 나눔을 위해 또다시 장고 중이란 게 김사장 주변사람들의 얘기이고 보면 그가 또 큰  일을 저지를 게 분명하다.


며칠전 N사  K사장이 본사를 내방했다. 의기 소침해 진 내용의 칼럼 때문인지, 아니면 의례적인 신문사 방문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런 사람 때문에 게임계가 숨 쉬고 커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 만큼은  실감했다. 


그는 젊은 시절(그는 지금도 젊다)부터 반듯했다. 산업에 대한 애정과 게임에 대한 원칙도 분명했다. 게임은 만인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산업은 외톨이로 표류해선 안되며 제도권 안에서 숨쉬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는 예전처럼 계속 지켜보며 질책해 달라고 했다. 그의 회사는 올해 5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K사장은 “게임계의 스타가 어느 때 보다 더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인데” 라며 스타 부재의 게임계 현실을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더게임스를 위무하고 돌아갔다. 산업지에 대한 관심이자 게임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표시였던 것이다.

이런 맛갈스런 일은 또 있었다. 메이저 기업의 일본 현지법인 대표인 A사장의 메일이었다. 솔직히 그 분과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다. 그런 그가 필자에게 메일을 보내 왔다.

 

알고보니 그는 본지 애독자였고 자신을 더게임스 칼럼 팬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메일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게임계의 어른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칼럼 글을 통해 처음으로 느꼈다는 것이었고 더게임스가 앞으로도 계속 산업의 등불이 돼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런 맛에 산다. 이런 독자들의 관심으로 먹고 산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닐 터인데 말이다.


한 아버지가 세 아들에게 재산과 토지를 남겨주며 이같이 말했다. “나처럼 살아라 그럼 행복해 질 것이다.”  재산을 물려받은 큰 아들은 “아버지가 유쾌하게 사셨으니 나도 그렇게 살겠다”면서 재산을 모두 노는데 써 버리는 등 재산을 다 탕진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 주며 재산을 넘겨줬다. 그러자 형의 모습을 지켜봐 온 둘째 아들은 형의 쾌락은 피해 갔으나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는 데 그 비법을 안 알려주는 아버지가 밉다며 모든 재산을 아버지 험담과 돈을 버는 데 다 소진하고 만다. 아버지는 마지막 셋째 아들에게도 형들과 같이 재산과 토지를 물려주며 똑같은 말을 건넨다.

 

셋째 아들은 두형의 파멸을 지켜보며 곰곰이 아버지의 뜻을 살펴봤다. 그러자 그 해답이 나왔다. 아버지가 태어나기 이전 아무 것도 준비한 것도, 또 자기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삼형제에게 재산과 토지를 나눠준 것이다. 아버지는 세아들에게 좋은 일을 베풀어 준 것이었다. 아버지의 ‘나처럼 살아라’는 뜻의 의미는 베품과 상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나눔이었던 것이다. 톨스토이 단편집 ‘세아들’의 내용이다.


우리 게임계는 과연 무엇을 먹고 사는가.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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