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5월 연맹의 사무총장으로 부임한지로 이제 만 2년이 되어간다. 열심히 한다고 뛰어다녔는데, 막상 해 놓은 일을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1년 반 동안 회원국이 25개국이 되었고, 연초부터 시작하여 각국에서는 IeSF 예선전이 열리고, 연맹사무국차원에서는 유로 컨퍼런스, 아시아 컨퍼런스, 심포지엄, 월드 챔피언십 등 다양한 IeSF행사가 숨가쁘게 진행되어 가지만 왜 아직도 한 구석이 허전할까?

 

이 허전함은 e스포츠의 국제표준화작업을 진행해 가면서 더욱 필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정말 e스포츠를 스포츠처럼 만들 수는 있는 것일까? 심각한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기존의 스포츠 구조나 행동양식을 모방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런데 왜 이토록 문제도 많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

 

눈을 감고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지금이야말로 e스포츠의 1세대들이 정신차리고 방향을 잡아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되어진다. 지금의 문제를 냉정하게 되짚어보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한 거듭나기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10년 전 종목사들과의 장기적 협력 없이 외발이로 기형적 성장을 해온 e스포츠가 맞고 있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적당한 타협으로, 내용 없는 밥그릇싸움으로 포장되어, 또 다른 불씨를 안고 미제로 넘어간다면, 다음세대에 e스포츠라는 말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터넷 기반 위에서 인터넷을 활용하여 탄생하고 성장한 e스포츠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어줍잖은 기존 스포츠 따라하기가 아닌, 독창적이고도 유일한 e스포츠만의 영역을 창조하고 구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e스포츠가 오프라인 위주의,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구현하는 것이었고 사람들이 그것에 열광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다면, 향후의 e스포츠는 e스포츠다운, 온라인이나 모바일의 사이버스페이스 상에서, 일반인들이 놀랄만한 순간판단력과 집중력, 종합인지력 등을 보여주고 구현하는 그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지난 2000년대 초 월드사이버게임즈(WCG) 부사장으로 해외파트너들과 한창 국제협력을 논의할 시기에 가장 많이 듣던 해외 기자들로부터의 질문이 ‘왜 한국에서 대규모 국제e스포츠대회가 탄생했으며, 또한 어떻게 한국과 같이 분단된 조그마한 나라에서 e스포츠를 주도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고, 나의 여러가지 답변 중 그들이 제일 수긍하던 대답이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환경이 가장 잘 갖춰져있는 국가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10년의 세월 동안 국가 간의 정보 인프라의 차이도 많이 줄어들었고,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엄청난 기술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나, e스포츠의 탄생배경이나 주도권에 대한 이토록 명확하고 확실한 사실을, 예전에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는데 왜 그동안 잊고 있었을까?


지난 10년간 e스포츠의 성장을 되짚다보면 엄청난 허기를 느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세상에 체육운동장 같은, 선수와 심판과 관중이 상존하는 사이버스타디움이 존재한다면, 그리하여 언제고 어디서고 시간, 공간, 장소, 인종, 성별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도록 되는 것이 진정한 e스포츠세상 아닌가. 오프라인 대회에서 강인한 신체와 인내력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스포츠와는 분명히 다른, e스포츠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차별화 할 수 있어야, 기존 스포츠에서는 영원히 마이너일 수 밖에 없는 e스포츠의 세계가 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생각이 맞다면 우리는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국내적으로 e스포츠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의 방향과 비전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때 이른 스포츠기구를 벤치마킹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e스포츠의 핵심인 e스포츠의 종목 발굴을 위해서, 유수의 종목사들과 실질적인 장기협력을 도출 해야 하고, 이에 수반한 선수, 심판의 양성을 협력해 하루빨리 국제표준화에 기반을 둔 사이버세상 속 사이버스타디움이 구축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주도의 e스포츠세계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물론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고,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듯 지금껏 보낸 10년의 세월이 아쉬웠다면, 또한 후배들에게 떳떳하게 e스포츠를 e스포츠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은 방향을 잘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이 일을 해내기에 적임자인지도 반성해 본다. 아무튼 현재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주도하에 탄생된 국제e스포츠연맹이 이 일을 앞장서서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연맹의 사무총장으로 필자 앞에 놓인 도전에 당당히 응전해 보고 싶다.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wsoh@ie-s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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