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도왕(기원전 401∼381년 재위)은 원칙주의자이면서 재능이 출중한 오기의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 들여 재상으로 봉한다. 그는 왕의 신임에 부응이라도 하듯 관직을 정비하고 왕실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권을 누리며 호사를 부리는 자들을 내쫒는 등남다른 수완을 보여준다. 이렇게 되자 왕실 재정이 튼실해 졌고 군사력도 강화됐다. 전쟁터에서의 승전보가 잇따랐으며 정국은순식간에 초나라가 쥐게 된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원칙론자인 오기가 왕실 친척들에 대해 귀족의 권리만 누리지 말고 사회적 의무를 다하라며 요즘 흔한 말로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강조하며 이들을 몰아붙이자 그를 시기하고 모함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나라를 말아먹을 인물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도왕은끔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기의 든든한 후원자인 도왕이 죽자 이들은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그를 제거해 버린다.


하지만 오기가 죽는 걸로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쿠데타 세력들이 오기를 죽이기 위해 마구 화살을 쏜 것이 불경하게도 이미 죽은 도왕의 시신에도 꽂혔던 것이다. 결국 죽은 왕을 다시 확인 사살한 꼴이 되고 말았는데,이 것이 또다른 사화를 불러 들이는 도화선이 됐다. 도왕의 아들 숙왕(기원전 380∼370년 재위)이 즉위하자마자 이 문제를 제기하며 오기를 쏴죽인 자들을 모조리 붙잡아 처형해 버린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빼어난 행정가이자 인물인 오기는 그렇게 자신의 원한을 갚고 돌아간 셈인데, 후세 역사가들은 이를 두고 왕족들의 모함과 시기로 인해 불세출의 충직한 재상을 잃게 됐다고 운을 달아놓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같은 일들은 굳이 중국사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부지기수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공을뒤집어 봐도 감춰지지 않는 것은 시기와 질투와 모함의 역사이다.


일천한 게임계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눈으로 보면 안타깝다 못해 두려운 마음까지 드는 게 다름 아닌 게임계의 현주소다. 이를테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은 둘째 치고 근거도 없는 얘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양산해 낸다는 것이다.


한때 영화계와 음반계가 각종 설과 루머로 골병을 앓았다면 게임계는 지금 그 병을 앓고 있고 강도를 보면 영화계와 음반계의 그 것보다 더 심한 편이다. 경쟁 상대를 끌어내리는 것은 보통이고 상대방 CEO에 대한 무례와 결례의 표현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통령도 그 자리에 없으면 그를 상대로 이런 저런 말들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하겠지만 그건 시정잡배들이나 모여 하는 말이다.

 

적어도 자기 회사를 대표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근거도 없는 얘기들을 객관화해 마구 유포시킨다면 그건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우매한 행동일 뿐 아니라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거짓말을 만들어 내거나 여전히 상대를 끌어 내리는 말들을 지어내고 있다.


자기 회사에 이익이 되는 일이지만 산업에는 결코긍정적일 수 없는 것도자양분으로 포장돼 말들이 건네지는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말들을 걸러내는 것이 언론의 본령인데 부끄럽게도 제 몫을 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이 나타난 현상은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막가파식으로 대응하는 업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곧은 비판을 가하면 집단화해 저항하고, 마케팅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조직적으로 반발한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사이비 언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논리를 객관화 하거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고 까지 한다. 작금의 게임판은 거의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그래서 인지 몇몇 의식 있는 업체들은 이를 두고 정부와 언론 그리고 유저들을 볼모로 한 막가파들의 쿠데타란 말을 자주한다.


게임계에 정론이 없고 각론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은 짧은 게임계의 이력도 그 것이지만 산업계의 역사를 두려워 하지 않는 천민 자본주의와 오로지 하나만 터지면 된다는 한탕주의가 게임계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보니 게임계의 인물들이 표면에 나서질 않는다. 게임계 대표적인 민간단체인 게임산업협회가 주인을 잃고 계속 공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예컨대 봉사하려 나섰는데 봉변만 당한다는 피해의식이 적잖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게임계가 흘러가선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 말미의 끝이 너무나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오기처럼 난세를 이끌 게임계의 인물이 절실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오기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 아니다. 병법 전문가인 그는 자신의 역량을 펼칠 곳을 찾아 노나라와 위나라를 전전했다. 하지만 그가 머문 곳은 초나라였다. 가능성을 봤고 자신을 알아준 군주를 발견한 것이다.


민초들의 소망을 봤고 내일의 가능성을 봤다면 이젠 뿌리를 내리게 지지대를 세우는 이 시대의 의인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계는 머지않아 커다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분명하고게임계에 등을 돌린 적대적 게임인들로 인해 그 하중을 못 이긴 채 끝내좌초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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