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략연구소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총장을 지낸 컨설턴트겸 방송인 윤은기(60)씨는 공직자로 변신해 지금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다. 최근 그가 하는 주례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국민에게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상을 강조하면서 “가덕(家德)을 베풀면 가운(家運)이, 사덕(社德)을 베풀면 사운(社運)이, 국덕(國德)을 베풀면 국운(國運)이 열릴 것”이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지만, 이제는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더 잘 돕는다’는 말이 더 잘 맞는 시대가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더게임스’ 신년특집 1호(341호)에 실린 ‘50대 게임기업CEO 설문조사 결과’와 주요 게임인들의 신년메시지를 보고 불현듯 윤원장의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였을까.


게임계 인사들의 새해 구상과 포부를 읽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가슴 한켠이 좀 허전해진다. ‘나’와 ‘내 회사’에 관한 얘기는 현란한 반면, ‘너’와 ‘우리 업계’에 대한 얘기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가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자세도 필요할 터이다. 특히 게임계의 주도적 인사들이라면 더욱이 그러할 것이다.


신년메시지를 몇 번 정독해 봐도 그런 부분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신문 편집과정에서 일정 분량으로 맞추다 보니 그런 부분이 좀 잘려나갔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런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아쉬움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게임업계를 동업자 개념과 공동운명체 의식에서 바라본 몇몇 발언을 발견하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갈증이 좀 가셨다.

 

‘게임업계가 함께 발맞추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김택진), ‘게임산업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던 한 해였던 만큼 게임사들에 맡겨진 역할과 책임이 매우 크게 부여되었다’(권이형), ‘게임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게임이 건전한 놀이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기 바란다’(이학재), ‘좋은 게임 캠페인 등을 통해 게임문화 정착을 위해 달려왔다’(문용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 산업과 이용자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따뜻한 게임업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박영수).


게임계 인사라면 누구 가릴 것 없이 황당하고 암울해지는 순간이 있다. 사회적 물의와 충격을 불러오는 강력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평소 게임을 좀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 바로 ‘게임중독’으로 단정하고 ‘묻지마 살인’등으로 연결해버리는 언론의 보도성향이 반복될 때이다. 항변하기도 지쳤을 만큼 언론의 보도태도는 일방적이고, 자의적이며, 무지하기 짝이 없다. 게임을 ‘죄악’으로 모는 마녀사냥의 작태는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업계에 대한 인식은 점차 악화되고 셧다운제 등 규제와 굴레는 강화되는 와중에 ‘우리’는 어찌되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식으로 각개약진하면 능사일까. 게임의 역기능,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순기능,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면서 이를 국민 대중에게 더 잘 알리려는 노력에 업계의 힘을 모으지 않고도, 게임의 미래가 과연 창창하게 열릴 것인가.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고 게임을 문화예술의 반열에 튼실하게 서게 하려면 업계 차원의 연구, 분석, 구상, 처방, 실행이 필요하고, 윤리적 무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설문조사를 보고 안도한 점도 있다. 업계의 애로사항으로 ‘인력난’(44%)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30%)을 꼽은 반면 ‘정부규제’(14%)와 ‘자금난’(4%)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 대부분 업계의 고민인 자금난이 게임업계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악화에 제대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쯤 되면 서두에 내건 말뜻을 헤아려줄 듯하다. 20세기까지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면 21세기의 하늘은 이웃, 사회, 공동체, 동업자라는 ‘우리’를 잘 돕는 자를 더 잘 돕는다고 하지 않나.

 

게임계에도 올해부터는 ‘남’과 ‘우리’를 좀 더 챙기려는 지도자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교수사회에 떠도는 격언 하나 소개한다. 보통 교수는 말하고(tell), 그보다 나은 교수는 설명한다(explain). 뛰어난 교수는 모범을 보이고(demonstrate), 최고의 교수는 학생의 가슴에 영감을 줘 불을 지른다(inspire). 불을 지르는 게임계 지도자들을 보고 싶다.

 

[김기만 우석대?군산대 초빙교수 kimkeym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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