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2010년은 산업계 안팎에서 많은 사건 사고와 이슈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애플에 의해 촉발된 스마트 폰 바람은 게임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관건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진행형이자 미래형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변란을 꾀한 애플의 전략은 예상대로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거대기업 삼성과 LG, KT와 SKT가  작은 카테고리 한 분야만 가지고  주무르고 몸부림칠 때에 애플은 디바이스에다 통신분야를 솎아내 그 새로운  무엇을 창조해 낸 것이다. 그 것은 반란이라기 보다는 혁명에 가까웠다. 

 

작은 기기 하나에 PC와 TV를 집어넣고 휴대폰을 들어 앉혔다. 그 정도는 약과다. 거기에다 온라인 세계를 통틀어 쑤셔 넣었다. 그래도 못미더웠을까. 아니면 그저 그런 미디어 형태의 기기가 또하나 세상에 등장하는가 보다고 평가받는 게 싫어서 였을까. 잠시 출시 일정을 미루고 시간을 벌더니만 언제 준비했을까 싶을 만큼,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의 콘텐츠를 디바이스에 잔뜩 심어 놨다. 

 

기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 것이며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나홀로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이쪽 저쪽에서 탄성이 쏟아졌고 이를 미리 구해 보려는 얼리 어덥터들로 인해 온·오프라인 시장이 북새통을 이뤘음을 두말할 나위 없다.

 

변화가 없는 시장은 한물간 장터와 다름 아니다. 게임계가 그랬다. 디바이스 산업과 달리 올해의 게임계는 답보 상태의 그 모습에서 거의 꼼짝을 하지 못했다. 수요를 이끈 면면을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모두 올드보이다. 뉴페이스들을 찾아보려고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들 올드보이가 나름 버텨준 것만도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전편의 명성에 힘입은  ‘투투’ 바람은 올해도 멈추지 않았다. 관심을 모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2’도  새로 거듭난 작품이라고 누누히 강조했지만 ‘투투’바람에 기댄 작품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흥행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수출 전선에도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예컨대 다변화의 노력 조차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개발(생산)과 수요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한 건 어찌 보면 뿌린대로 거둔다는 교훈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일부 퍼블리셔들의 안일한 영업행태가 시장 침체를 심화시키고 턴어라운드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를테면 자기 영역 지키기에만 급급해 리스크를 안는 모험은 철저히 외면하고 피해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질적인 각자 전투가 또다시 반복된 셈인데, 그 까닭으로 게임법은 개악의 길로 치닫고 말았고 시어머니를 때 아니게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여성가족부를 추가해 두 분을 모시게 됐다. 과거에도 문화부 외 보건복지부 등 두 분의 시어머니를 모신 적이 있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듯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리 녹록해 보이질 않는다. 더욱이 좋든 싫든 셧다운제의 시행을 끝내 용인한 것은 산업계에 치명적이다.

 

변화의 흐름을 끊임없이 유도하고 자극하지 못한 게 산업계에 독이 됐다. 매일같이 그밥에 그나물이라고 한다면 식상하기 마련이다. 제한된 영역에서 서로 다투고 밀어내기를 하다 보니 과열되고 격화됨을 막을 수 없다. 서로를 격려하기 보다 끌어 내리는 데 급급했고, 오너 눈치 보기 위한 실적 쌓기에 매달리다 보니 모험이 있을 수 없다. 결국 파열음이 일고 빨간 경고등이 켜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외부의 강력한 힘에 의해 변화의 필요성과 절박함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계에 스티브 잡스 같은 걸출한 인물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도 그 절박함이란 현실적 고민에서 묻어나는 바람이기도 하다.

게임계가 이젠 변화의 문턱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야 한다. 더 이상 머물렀다간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비디오 방 등 여러 업종의 몰락을 그대로 빼닮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서라도 각자전투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그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끝내는 셧다운제 도입이라는 업계의 큰 수모를 안겨줬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인년의 해가 가고 신묘년 새 해가 다가오고 있다. 말 그대로 토끼의 해다. 올해의 움츠림이 내년 토끼의 해처럼 배로 껑충 뛰었으면 한다. 필자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계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외부의 자극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소통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전제를 가정한다면  내년 게임계는 새로운 도약과 턴어라운드의 기회를 충분히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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