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블리자드가 또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한국에 발을 내리고 영업을 하면 국적과 관계없이 국내 기업일 뿐인데 , 꼭 외국계라는 관형어를 붙여 써야 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적지않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자국 기업과 똑같이 갑근세도 내고 법인세도 낼 뿐 아니라 고용 증대에도 이바지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보탬이 돼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시대에 살면서 자국기업, 외국기업을 굳이 가르는 게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틀릴 수도 있지만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소 애매 모호한 결론의 배경에는 여러가지 가정의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게 해당기업의 업종에 따라 그 잣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블리자드의 경우 외국계 기업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별다른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편이다. 다른 업종의 기업들은 외국계라는 수식어를 빼 줄 수 없느냐며 편집국에 공문을 보내거나 기자들에게 민원을 넣는 등 야단 법석을 치는 예를 비춰보면 블리자드의 반응과 행동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를 좀 더 확대하면 외국계라는 것을 마치 특권처럼 과시하고 있거나 혹은 즐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 이면에는 외국계라고 쓰던지 안쓰던지 자신들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마치 경계인으로서의 의미가 담겨져 있거나, 아니면 자신들은 뭐라해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내 맘대로의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지 또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한국 땅을 밟고 한국에서 기업을 운용하고 있으며, 또 상당한 매출을 올리면서 이를 통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로열티를 자국 기업에 송금을 하고 있다면 한국의 법도를 따라야 하고 현지화 노력에도 힘을 기울여한다는 점이다. 그렇지않고 내 멋대로, 내 마음대로의 식의 영업에만 매달린다면 그 업종, 그 우리안에서의 불협화음과 따돌림은 피할 길이 없다.

또 언론을 향해 수식어를 붙이든 말든 너희들 마음대로 해보라는 식의 배짱과 그게 뭐 대수로운 것이냐며 할테면 해보라는 식의 태도는 상도에 대한 기초 상식이 없거나 역사의식조차 없는 저잣거리의 형편없는 집단으로 밖에 불려질 수 없다. 말 그대로 세상 법도를 모르고 게임만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외국계라는 관형어적 표현이 밀레니엄시대에 적합한지에 대해 필자도 의문이 간다. 이는 이분법적으로 나눠 가르겠다는 뜻이고 그들은 우리와 확실히 다르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어서 시대를 역행하는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긴 하다.

언필칭 문화는 자국 문화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타국의 문화를 솎아 내는 과정에서 그 민족, 그 문화가 발전 계승된다. 흡수되느냐 아니면 발전적 계승을 하느냐의 여부가 바로 자국문화 발전의 핵심인 것이다. 흡수된 문화에는 자국민의 삶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받아 들이면서 발전적 계승을 꾀한 민족과 국가의 문화는 번성했다. 로마 문화가 그렇고 헬레니즘 문화의 탄생이 그렇다.

받아들이되 끊임없이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수도'문화 뿐 아니라 '하수도'문화의 유입도 괜찮다. 핵심은 솎아내는 역량과 의지가 있느냐의 여부인데, 그런 작업의 일환이 바로 서술적 표현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맞다. 예술에 관한한 자부심을 내 세우는 프랑스도, 열린사회라고 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종에 대해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관대하지만 문화 업종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가져다 댄다.

배타적인 민족성을 갖고 있는 우리 문화가 크게 번성한데는 역설적으로 끊임없는 외침속에서도 나름의 솎아내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이라는 얘기는 고통을 인내하고 받아들임 속에서 향기를 내품는 꽃과 같다는 비유와 딱 맞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외국계 기업 블리자드가 상당히 한국화에 인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콘텐츠 기업인데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만을 외친다면 과연 이를 달가워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되물어볼 수 밖에 없다.

한국적 정서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 블리자드가 이 기회에 영어가 좀 달리더라도, 게임시장에 대해 아주 문외한이라도 토속적인 인물들을 스카웃 하거나 전진배치하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적인 정서는 법대로 라는 이름으로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기업과 사람, 남의 잔치에 훼방을 놓거나 초를 뿌리는 기업과 사람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대화를 통하거나 상식선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한국적인 기업 관행이자 정서이다.

최근 블리자드는 지스타 개막식에 앞서 2010 출품작 프리뷰 행사를 갖겠다고 했다 한다. 그 것도 대한민국 게임계의 큰 행사인 지스타 전야제를 앞두고 말이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이나 절박함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외국계 기업 블리자드가 눈치없이 계속 자신들만의 '마이웨이'를 부르는 듯 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 그처럼 그렇게 막가자는 것인가. 한국 블리자드에 소속된 이들에게 오로지 블리자드만 보인다면 그건 매우 슬픈 일이다.
그런데 그런 외국기업에 목숨 걸고 뒤따라 다니는 일부 미디어의 행태는 또 뭔가 싶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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