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계가 시끄럽습니다. 블리자드 때문이지요. 블리자드가 잘 돌아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대해 자꾸 딴지를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한국e스포츠협회와는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그래텍과 계약을 맺어 버렸습니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도 더 이상하지 않게 됐네요. 그래텍이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요.

 

그래서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달 31일에 기자회견까지 열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요. 블리자드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한국 e스포츠계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더욱이 사무국차원이 아닌 12개 구단이 총출동해 공동 대응키로 했답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야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한 기자가 묻더군요. 강력대응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거냐고요. 그러자 협회측의 답변은 일단 이 자리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는 자리라며 차후에 대응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겁니다. 아니 블리자드는 물론 그래텍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결론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날 기자회견을 보면서 “협회와 구단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지”하고 고민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밝힌 부분은 거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으니까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만 해도 관계자들은 강력한 대응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구체적인 협상 과정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블리자드의 주장을 반박할 줄 알았지요. 그러나 협회측은 대부분의 이야기를 차후라는 말로 넘겨버렸습니다. 몇가지 부분에서는 명확한 답변을 했지만 그 마저도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있지요. 답답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지재권 논란과 관련해 협회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까지도 확실한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왜 여론이 협회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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