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항해세기’ 이후 10여작 론칭에 흥행성적은 “글쎄”

 

지난해부터 부쩍 출시가 늘어나며 세를 불려온 중국산 온라인 게임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싼 맛에 들여왔지만 성과에 실망해 다시는 중국 게임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퍼블리셔까지 나올정도다.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중국 온라인 게임이 등장한지 5년이 되는 시점에서 중국 온라인 게임의 허와 실을 분석했다.


 

지난 2005년 한국 온라인 게임의 영원한 수입국으로 남을 줄 알았던 중국이 처음으로 국내에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았다. 중국 스네일게임스가 개발하고 나인브라더스가 퍼블리싱했던 ‘항해세기’가 그 주인공이다. 그 이후 5년이 흐른 지금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중국 작품은 8개 정도다.

 

앞으로 나올 작품도 5개다. 같은 중화권인 대만 작품까지 포함하면 20여개에 달할 정도다.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했다는 장점 탓에 점점 숫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출시된 작품 중 뚜렷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것은 몇개 되지 않는다.

 

 

# 서비스작만 8개 ‘우르르’

 

지난 2005년 출시된 첫 중국산 온라인 게임 ‘항해세기’는 ‘역시 중국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중국 온라인 게임은 불과 2년만에 한국 시장 재진입에 성공했다. 중국의 유력 개발사 완미시공의 작품 ‘완미세계’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국내 출시 전부터 ‘중국판 WOW’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이슈가 됐고 국내에서 흥행한 몇 안되는 외산 게임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놨다. 비록 현재는 론칭 초반 동시접속자 3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것과 달리 매우 침체됐지만 이후 중국산 작품의 수입이 늘어나는 단초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후에 계약이 체결돼 국내에 들어온 작품들의 숫자가 무려 8개 이상이고 출시를 앞둔 작품의 숫자도 5개를 넘어서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산 작품도 국내 유저에게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가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심선’ ‘천존협객전’ ‘무림외전’ 등 중국 무협 작품들이 등장하며 시장에서 이슈를 만들었고 대만 작품들의 출시도 이어졌다. 올해도 ‘적벽’ ‘일검향’ ‘환상유희’ ‘주선’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중국 MMORPG가 시장에 론칭됐다. 앞으로 나올 작품도 ‘진온라인’ ‘배틀오브이모탈’ ‘고스트파이터’ ‘명장삼국’ ‘배틀스타’ 등 알려진 것만 다섯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출시된 작품들의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첫 작품 ‘항해세기’는 중간에 이름까지 바꿨으나 결국 사라졌고 ‘완미세계’ 이후 다시 한번 중국 게임 열풍을 일으키고자 했던 CJ인터넷의 ‘심선’은 초반 반짝 흥행을 끝으로 잠잠해졌다. 오토 논란을 일으키며 이슈 몰이를 했던 ‘무림외전’ 역시 잡음만 만들었을 뿐 성과는 신통찮았다.

 

엠넷의 게임사업 진출과 스네일게임즈의 한국 시장 재도전으로 눈길을 끌었던 리듬액션 게임 ‘클럽데이’도 몇 달을 못버텼다. ‘천존협객전’이 의외의 성과를 올렸지만 해를 넘기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등장한 작품들의 경우 초반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일부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한 업체 중에는 다시는 중국 작품을 서비스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다. 중국 작품을 수입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덧씌워진 것에 비해 얻는 실속이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흥행한 작품인데다가 콘텐츠도 풍부해 수입했지만 성과는 미미하기 그지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중국 작품에 대한 관심을 끊기로 결론을 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 비용대비 효율성은 뛰어나

 

물론 중국산 작품 모두가 흥행에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 이슈가 될 정도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몇몇 작품들은 일정 이상의 유저풀을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 온라인 시장에 등장한 작품들 중 뚜렷한 흥행 성과를 내놓은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살펴보면 오히려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는 것도 타당하다.

 

올해 등장한 ‘적벽온라인’의 경우 오픈 초기 동시접속자 2만명을 돌파한데다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인기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완미세계’ 개발사의 이름 값에 풍부한 콘텐츠 및 삼국지라는 친숙한 소재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CJ인터넷이 론칭한 ‘주선온라인’ 역시 외산 대작 ‘에이지오브코난’과 유명 소설가 야설록의 참여로 이슈 몰이를 한 ‘패온라인’과의 경쟁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고 오히려 좋은 성적을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이들 중국산 작품의 경우 계약금이 불과 3∼5억원 수준이라는 점도 비용대비 효율면에서 국산 작품보다 낫다는 평도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상용화 이후 수개월만 지나도 BP를 넘긴다는 것이다. 적게 주고 적게 먹는 이른바 ‘짭짤한 수익 올리기’에 최적화된 작품들이다. 이미 현지 시장에서 오픈한지 2∼3년 된 작품이어서 콘텐츠의 양도 풍부하다.

 

반면 국산 작품의 경우 MMORPG라면 중국 작품에 비해 계약금이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고 계약 이후 개발이 완료되기 까지 수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오픈 초기에 콘텐츠 부족으로 좌초하거나 잘못된 작품성으로 인해 시장에 사라질 위험도 높다. 자체 개발작품일 경우 어마어마한 개발비가 투입돼 더욱 리스크가 커진다. 일부 퍼블리셔가 그래도 중국 작품이 낫다고 평하는 이유다. 어차피 큰 기대를 하고 론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매출만 기록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 작품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다. 초기 론칭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시기나 장르적 특성만 잘 맞아 떨어지면 소위 ‘중박’ 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많은 업체, 특히 메이저들까지 중국 작품에 손을 뻗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전반적 평가는 ‘비관적’

 

하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썩 좋지 못한 편이다.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에는 좋지만 약점이 수두룩하다. 일단 산업계의 부정적 시선이다. 이는 두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유력 기업의 중국 작품 수입과 오토 시스템 등 기존 국내 온라인 시장 성향과는 맞지 않은 작품 구조다.

 

중국산 작품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중소 규모 회사도 있지만 그 중에는 메이저급도 포함돼 있다. 웹게임까지 중국산 작품군에 포함시키면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하나 이상은 중국 작품을 들여온 모양새다.

 

반면 국내 개발사 중에는 퍼블리셔를 찾지 못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산업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생각하기 보다는 당장의 돈벌이에 눈이 멀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대놓고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중국 작품에 자리잡고 있는 오토 시스템 등 각종 편의 기능에 대한 부분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이슈화가 됐던 ‘무림외전’이나 최근 론칭한 ‘주선온라인’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토 시스템을 좋아하는 유저도 많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저도 많다. 오토 프로그램 유저로 인한 피해를 많이 본 탓이다. 더욱이 게임업체들이 나서서 오토 프로그램을 불법화했으면서 도리어 오토 시스템을 작품에 도입하는 것에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여기에 국내 유저 취향과는 다소 이질적인 비주얼이나 콘텐츠도 약점이다. 대부분 무협을 소재로 했다고 하지만 중국색이 워낙 짙어 낯선 부분이 많다. 현지화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아지는 것이다. 또한 초기 콘텐츠 자체는 풍부하지만 이질적인 콘텐츠와 오토 시스템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흥행이 어렵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온라인 게임의 경우 오토 시스템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흥행을 저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전반적인 콘텐츠 자체가 국내 시장에는 다소 낯선 것도 약점”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