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찾아간 한 중소업체 사장은 “넥슨은 참 사업을 잘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성공 여부가 극도로 불투명한 현 상황에서 확실한 카드만을 영입하는 전략이 돋보인다는 설명이다. 수백억원을 써서 유명 작품을 가져왔다가 쓴맛만 본 모 업체와는 수준이 다르다고 한다. 물론 소비한 돈의 규모도 다르지만 어쨌든 돈을 낭비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듣고보니 그렇다. 최근 시장에 나온 작품 중에 성공했다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몇이나 있을까. 나름대로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작품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액션 RPG 열풍을 주도했던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그래픽이면 그래픽, 사운드면 사운드, 액션성이면 액션성.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작품들이었지만 여러가지 난맥상을 드러냈고 반짝 인기에 그치는 상황을 연출했다. 최근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는 모 게임도 그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넥슨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이후 수많은 작품을 출시해 왔지만 ‘카트라이더’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기존 인기 작품들인 ‘메이플스토리’나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이 꾸준히 잘 해줬기에 넥슨의 명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넥슨이 선보였던 수많은 신작들이 부메랑이 돼 괴롭혔다. 퍼블리싱 작품은 론칭 일정이 미뤄지기 일쑤였고 시장에 등장했지만 금세 잊혀졌다. 넥슨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기대를 배신했다.

 

그런면에서 보면 넥슨의 선택은 탁월하다. 대표작인 ‘메이플스토리’도 위젯을 인수해 얻었고 ‘던전앤파이터’도 네오플 인수로 획득했다. 이는 최근에 엔씨소프트가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워줄 캐주얼 작품을 개발 중인 넥스트플레이를 인수한것이나 네오위즈게임즈가 최근 인기 있는 MMORPG ‘세븐소울즈’의 개발사 씨알스페이스를 인수한 점에서도 잘 보여진다. 넥슨의 선택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소업체 사장이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씁쓸하다고.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한 말처럼 씁쓸하단다. 내 입맛도 씁쓸하다.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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