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심의 등 비상식적 이슈몰이 논란…스타크2 유통 등 베일 속 산업계 ‘우롱’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마침내 ‘스타크래프트2’의 12세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블리자드는 지난 4차례의 심의 신청에서 ‘15세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국내 서비스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게임위가 지난 19일 제 38차 등급심의회의에서 ‘스타크2’의 등급을 12세로 결정하면서, 오는 7월 27일 발매를 앞둔 ‘스타크2’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가 보여준 행태는 일반적인 국내 업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나 국내 등급심의시스템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또 국내 등급심의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해 사전에 계획된 ‘노이즈 마케팅’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이미 PC방 배급업체를 선정한 상태에서 CJ인터넷, 삼성, SKT 등을 만나 이를 논의하며 도무지 알 수 없는 행보를 거듭하는 등 산업계를 우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국내제도·정서 경시 ‘도마위에’

 

블리자드가 게임위로부터 희망신청등급인 12세이용가 등급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블리자드가 보여준 행태를 두고 산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노이즈 마케팅일 뿐 아니라, 이는 국내등급심의 시스템을 무시한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다섯 차례의 블리자드의 심의 신청 과정을 살펴보면 확실히 국내 업체와 달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업체의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버전과 ‘청소년이용가’ 버전을 동시에 신청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블리자는 하나의 버전을 조금씩 수정하는 방향으로 심의를 신청했다.

 

게임위가 ‘스타크2’의 등급을 처음 결정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이때도 블리자드는 ‘12세이용가’로 등급을 신청했지만, 게임위의 결정은 15세였다. 이후 블리자드는 9월, 알파 버전을 12세이용가로 또 다시 신청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스타크2’ 등급에 대한 논란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4월 RC버전(Release Candidate, 정식판이 출시되기 바로 전 모든 작업이 완료된 후 내놓는 작품. 이상이 없을 시 정식판으로 출시)의 등급이 ‘청소년이용불가’로 결정되면서 ‘스타크2’는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물론 이때도 블리자드가 신청한 등급은 12세였다. 블리자드는 게임위에서 언급한 부분을 수정한 버전으로 5월, 또 다시 12세이용가로 신청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이에 블리자드는 이의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결국 대폭 수정된 버전으로 재신청했고 지난 19일 게임위는 블리자드가 지적한 내용을 수정했다면서 12세이용가 등급을 결정했다.

 

 

# 핵심은 배제한 채 일부만 수정 ‘왜’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언뜻 블리자드가 게임위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다섯 차례의 심의에서 블리자드는 시종일관 12세이용가를 고집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게임위는 ▲ 사실적인 신체훼손 ▲ 과도한 선혈표현 ▲ 흡연, 음주, 약물, 욕설 등을 이유로 12세이용가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블리자드는 게임위가 지적한 사안에 대한 일부 수정(흡연, 음주, 약물, 욕설)한 버전으로 네 차례나 심의를 신청했다. 당연히 결과는 ‘청불’이었다. 결정의 핵심인 신체훼손 및 선혈표현이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12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버전이 신체훼손 및 선혈표현을 삭제했다는 것을 확인해보면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블리자드가 등급심의시스템을 활용해 사전에 계획된 노이즈 마케팅을 펼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국내에서 오랜 기간 서비스를 진행하고 다수의 심의 신청 경험이 있는 블리자드가 게임위 결정의 핵심 사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는 결국 조금씩 수정된 버전으로 심의를 신청하며 ‘스타크2’에 대한 언론 및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라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업체라면  우선 ‘청소년 이용가’ 버전으로 등급을 받은 뒤, 차후 내용수정신고를 통해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추가했을 것”이라며 “블리자드가 오히려 역으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뒤, 뒤늦게 수정된 버전을 출시하며 고도의 마케팅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스타크2’ 심의 논란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노이즈 마케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계획된 것이라면 이는 국내등급심의 시스템을 우롱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전세계 고객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침이라는 것을 앞세워 게임위를 압박했음에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를 철회한 것은 블리자드 스스로 수정된 버전을 개발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여러 개의 버전을 준비한 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한 노림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PC방 유통 둘러싼 행보도 ‘안갯속’

 

PC방 유통을 둘러싸고 드러나고 있는 블리자드의 행보도 궁긍즘을 자아내고 있다. 블리자드는 최근 CJ인터넷, 삼성전자, SKT 등의 고위관계자를 만나 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CJ인터넷은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PC방 유통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블리자드와의 만남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남궁훈 CJ인터넷 사장이 지난 4월 29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스타크2’ 유통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블리자드 한정원 대표와 미국 본사 마이클 라이더 이사 등이 면담을 갖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블리자드와 CJ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CJ인터넷 고위 관계자는 “블리자드와 CJ인터넷 임원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PC방 유통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블리자드가 이미 손오공을 낙점한 채 CJ인터넷, 삼성전자 등 여러 업체를 만나면서 시장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 ‘WOW’ 서비스에 앞서 블리자드가 국내 업체를 상대로 이와 유사한 행보를 통해 상당한 시장 정보를 확보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뿐 아니라, e스포츠 지적재산권 문제와 패키지 유통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발매 2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나치게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며 최종적으로 업체가 확정됐을 때 공식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월드컵 이후 ‘스타크2’에 대한 모든 궁긍증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월드컵에 앞서 공개하기 보다는 발매 한달여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공개하면서 이슈 몰이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블리자드가 여러 업체와 비공식적인 만남을 갖는 것도 업체 선정 작업이 아닌, 월드컵 이후 시장 상황을 판가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과연 블리자드가 언제까지 안개속 행보를 거듭해 나갈 지 그리고 그 끝엔 성공과 실패 둘 중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지 게임계는 지금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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