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한競爭시대 겨냥 ‘덩치싸움’

넥슨·CJ 등 대형업체들 인수 공세 ‘砲門’…업계, 빅브라더 엔씨 행보에 촉각’

 

게임업계에 말 그대로 M&A(인수합병) 바람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자고 나면 인수합병 소식이 터질 정도다. 최근 들어 수 천억대의 초대형 M&A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에서조차 최근 M&A 시장의 화두는 ‘게임’ 이란 말까지 나온다. 수 천억대의 현금을 보유한 메이저들의 공세로 인해 이제 게임업계엔 본격적인 M&A 빅뱅이 시작됐다. 게임업계의 지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M&A의 배경과 최근 현황, 그리고 향후 전망과 문제점 등을 시리즈로 진단한다.


 

지난 2008년 4천억원에 가까운 뭉칫돈을 투입하며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 지분을 100% 인수한 넥슨. 이 회사는 최근 중견 온라인게임업체인 엔도어즈에 이어 게임하이까지 인수하며 단숨에 업계의 부동의 1위이자 M&A 시장에 ‘빅브라더’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게임하이의 경우 ‘방준혁-CJ-스틱’ 황금조합으로 이뤄진 강력한 산업·금융자본 연합과의 경쟁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M&A 시장에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에 앞서 넥슨은 ‘M&A의 귀재’ 권성문 KTB 회장이 최대주주인 엔도어즈를 전격 인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게임시장이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로 진입하면서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덩치싸움’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한다. 이에따라 앞으로 국내 메이저기업간의 몸집 부풀리기 경쟁이 자존심을 건 배팅으로 이어질 가능성인 큰 것으로 분석된다.

 

 

# 고삐 늦추지 않는 넥슨

 

넥슨의 최근 움직임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네오플-엔도어즈-게임하이로 이어지는 매머드급 개발사를 잇따라 인수했음에도 아직도 성이 차지 않는 듯하다. 일련의 대형 M&A에 성공했음에도 여전히 넥슨 측은 추가 M&A 가능성을 감추지 않는다.

 

네오플 인수에서부터 게임하이에 이르기까지 넥슨이 그동안 M&A에 투입한 자금만도 6천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추정치다. 넥슨은 실제 네오플 인수에만 무려 4천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배팅했다. 엔도어즈와 게임하이 역시 1천억 안팎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이 이처럼 대형 M&A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매출 `빌리언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김정주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해외 증시 상장을 노리는 김 회장으로선 공격적인 개발사 M&A를 통해 꿈에 그리던 1조매출(연결기준) 달성을 앞당기고, 상장 프리미엄을 극대화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속셈이다.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 글로벌 히트작을 무기로 넥슨은 작년에 업계 처음으로 매출 7천억 고지에 올라 섰으며 올해 1조 돌파가 내심 목표다. 매출 ‘빌리언달러’는 글로벌 게임기업의 상징적인 숫자다. EA, 블리자드액티비젼 등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이 대부분 매출 10억달러를 웃돈다.

 

 

# 정중동 엔씨, 맞불 놓나

 

넥슨이 M&A 공세로 전환하자 경쟁 메이저 기업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특히 게임하이 인수를 눈앞에서 놓친 CJ인터넷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방준혁 전 대표와 스틱까지 끌어들여 M&A를 코앞에서 놏??탓에 충격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것 같다.

 

CJ는 남궁훈 체제 출범 이후 씨드나인과 미디어웹을 인수하며 공격적 M&A로 방향을 틀며 업계 5위로 추락한 자존심 회복을 노렸었다.  게임하이 인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CJ는 중견 개발사 인수에 더욱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게임하이의 이탈로 핵심 캐시카우인 ‘서든어택’의 서비스 재계약에 실패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든어택’의 재계약 시점은 내년 5월이다.

 

다급해진 것은 ‘빅브라더’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NHN과 달리 엔씨는 게임 전문업체로서 1위 넥슨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넥슨은 당장 엔도어즈와 게임하이만으로도 1천억에 가까운 매출 확대 효과가 가능해졌다. 플레이엔씨 프로모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엔씨로선 최대 라이벌인 넥슨이 엔도어즈에 이은 게임하이까지 인수, 상황이 몹시 급박해졌다.

 

엔씨 역시 머지않아 빅딜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펀치몬스터’ 개발사 ‘넥스트플레이’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전초전이다. 엔씨는 그동안 FPS 개발사인 제패토에 대한 지분 투자 외에 정중동의 행보를 보여왔었다. 엔씨측은 “잠재력높은 유망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택진 사장이 공식 석상에 여러차례 M&A 필요성을 천명해왔다는 점에서 넥슨에 대해 맞불을 놓을 개연성이 높다”면서 “현금 보유량이 업계 최고 수준이란 점에서 머지않아 깜짝 놀랄만한 M&A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 산업 밸런스 붕괴 우려

 

웹보드 게임의 높은 이익률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M&A를 꾀하고 있는 NHN 역시 향후 추이를 주목해볼만하다. 최근 퍼블리싱 게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내친김에 중견 개발사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공산이 크다.

 

NHN은 작년부터 이미 김병관 NHN게임스대표를 중심으로 상장이든 비상장기업이든 상관없이 M&A를 타진해왔다. 현재 진행중인 NHN게임스와 웹젠의 합병을 계기로 또다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NHN은 특히 모선인 NHN을 축으로 웹젠, NHN인베스트 등 자금 동원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M&A에 관한한 네오위즈게임즈와 위메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네오위즈는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대박을 치면서 신규 퍼블리싱과 M&A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일본 게임온 인수에서 드러났듯, 대상 기업도 국내외를 망라한다. 위메이드 역시 성공적인 IPO(상장)를 통해 확보한 2천억대의 현금을 바탕으로 YNK재팬을 인수한데 이어 유망 개발사 인수를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이처럼 주요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너도나도 M&A 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대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몸집을 키워야한다는 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샨다, 텐센트, 넷이즈를 비롯한 중국 메이저 등 해외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덩치를 보다 키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본력을 내세운 무차별적인 M&A가 활기를 띠면서 극소수 메이저기업에 의한 시장 쏠림 현상이 가속화돼 산업의 밸런스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M&A는 자본시장의 매우 효과적인 ‘출구’란 점에서 분명 순기능이 적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메이저 업체들의 M&A 경쟁이 또 다른 버블을 불러오고, 게임 산업의 허리를 뒤흔들 수 있는 역기능적 요소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