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수학문제가 술술 풀리네요”

마상 ‘하늘섬수학’ 이용한 수업 효과 만점…스트레스 해소까지 ‘일석이조’

 

G-러닝(Game based learning)을 이용한 수업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더 오른 학교가 있다. ‘G-러닝하늘섬수학’을 이용한 수학 수업을 시행한 발산초등학교다. 지난 2009년 2학기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G-러닝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정의 달을 맞아 G-러닝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지난 29일 오전 10시 반 경 서울시 강서구 발산동에 위치한 발산초등학교(교장: 이대섭)을 찾았다. 학교 2층에 위치한 컴퓨터실에서는 학생들이 온라인 RPG에 푹 빠져있었다.

 

 

 

# 진지한 분위기 참여수업 ‘활발’

 

수업 시작 얼마 후 학생들은 각자 자신 앞에 놓인 컴퓨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컴퓨터 화면에는 흔히 보던 RPG의 화면이 펼쳐져 있고 학급의 전체 인원이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마치 PC방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지만 엄연한 수업시간이다. 마상소프트(대표 강삼석)와 (사)콘텐츠경영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하늘섬수학’을 이용한 G- 러닝 수업중이었다. 선생님도 칠판 앞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교실 앞 스크린에는 오늘 해야할 퀘스트와 관련된 아이템 등이 떠 있다.  자세히 보니 필요한 분수 등이 표시되어있다. 얼핏 보면 단순한 게임으로 착각할 만한 상황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공부를 하는 모습으로는 보기 힘들었다.

 

양해를 구하긴 했어도 플래시가 펑펑 터지는 사진 촬영에도 학생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 속의 캐릭터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우스를 이용해 캐릭터를 움직이고 퀘스트 템을 모아서 완료하는 모습은 보통 게임 플레어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퀘스트를 진행하다 나온 결과를 학습지에 열심히 적는 모습을 보니 분명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이날의 수업은 통분과 약분에 대한 내용으로 학생들은 마을 안의 인원수의 절반 만큼의 아이템을 모아오는 퀘스트를 통해 수업의 중요 포인트를 습득하고 있었다.

 

 

# 추가 퀘스트로 문제풀이 ‘척척’

 

쉬는 시간. 컴퓨터실 창문에 다른 반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일반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부러움을 나타냈다. 자신들도 게임을 하며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수업 종이 울리자 썰물이 빠지듯 다른 반 학생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교실로 돌아갔다. 마을에서 돌아다니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몬스터을 잡고 있는 학생을 발견했다. 보통의 게임처럼 레벨 업을 위한 것인지 사냥의 이유를 물어봤다.

 

“몬스터를 잡아도 경험치는 주지 않아요. 경험치는 퀘스트를 끝내야 받을 수 있어요. (몬스터는)그냥 재미있어서 잡는거에요.” 수업에 필요한 퀘스트를 모두 마친 학생은 문제지를 다 풀어 제출하고 남는 시간에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주 퀘스트를 먼저 끝낸 아이들은 추가 퀘스트를 통해 더 좋은 아이템 등을 획득할 수도 있어 주어진 과제를 빠르게 풀고 추가 퀘스트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수업에 대한 참여도도 좋은 편이었다. 선생님과의 간단한 질의를 하는 동안 한 학생은 3번이나 학습지를 들고 나왔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늦게 퀘스트를 깨고 문제를 푼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답을 적지 못해서 다시 풀어야 했지만 꼭 정답을 적어내겠다는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3번째로 문제지를 들고 나왔을때는 정답을 적어와서 선생님의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검사를 받은 이후 학생의 후련한 표정은 기억에 남는 모습이었다.

 

추가 퀘스트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추가 퀘스트를 다 끝내지 못한 상태로 수업 종이 울리자 한 학생은 퀘스트를 다 하지 못했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선생님을 찾았다. 오늘 끝내지 못한 퀘스트는 다음 수업에는 다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꼭 해야하는건 아니라는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마지막까지 학생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 학생들 긍정적 반응 일색

 

게임을 이용한 공부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업시간에)게임을 하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다른 수업도 게임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질문을 하는 기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화면에 집중한 학생들도 있었다. 초등학생의 수업 풍경답지 않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친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즐거운 G-러닝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일반 수업을 위해 교실을 이동하느라 컴퓨터실은 부산스러워졌다. 마지막까지 컴퓨터를 끄지 못해 선생님께 두어 차례 주의를 받은 학생도 보였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표정이 밝고 아쉬움이 묻어났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 직접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G-러닝 수학 수업은 학생들이 공부에 열의를 갖게 해주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공부가 지겹고 재미없는 것만이 아닌 즐겁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게임이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 인터뷰 - 박주영 교사 |

 

“자발적 참여, 수업 흐름까지 좋게 바꿔”

 

“G-러닝이 도입된 이후의 변화가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수업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발산 초등학교 박주영 교사(5학년 8반)는 게임을 이용한 수업 방식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생각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어 해볼만한 시도”라고 말했다.

 

- 학생들의 참여도는.

▲ 억지로 시키는 공부에 비해 참여도가 매우 좋은 편이다. 퀘스트를 하고 아이템을 받아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것을 매우 즐겁게 받아 들이는 것 같다. 빨리 진행하는 학생의 경우 엑스트라 퀘스트를 받아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어 그런면에서 열의를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 우려는 없었는지.

▲ 학생들에 비해 선생님들의 게임 실력이 부족했던 점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아이들이 퀘스트를 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속도를 따라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교실에서 PC방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업에서 학습지를 검사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킨 이후 오히려 그런 걱정은 줄어들었다. 학생들도 퀘스트를 수행하고 검사를 받아야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 시행 후 가장 큰 변화는.

▲ 중하위권 학생들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사실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게임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게임을 통한 수업에서 열의를 가지고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수업에 흥미를 가지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재미없는 수학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꿔주는 효과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더게임스 안하임기자 hia00@thegames.co.kr / 사진=김주선 kjskiss31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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