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委 ‘청불’ 등급이 결정적…e스포츠서 퇴출 움직임도 빨라져

블리자드 해법 두고 ‘고심’…전문가 “기대 밖 성적 거둘 가능성”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크)’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로부터 예상을 깨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실시한 클로즈베타 테스트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와 함께 최근 발표한 PC방 서비스 가격을 두고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이 불매운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대응 방향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스타크2’가 출시 전부터 잇단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07년 ‘블리자드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에서 첫선을 보인 ‘스타크2’는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를 강타할 핵 폭풍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아왔다.  올해 출시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은 차기작의 출시일을 미루면서까지 ‘스타크2’와의 정면대결을 피해왔다.

 

하지만 업체들의 이 같은 전략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결정하고, PC방업주들이 비싼 가격을 이유로 불매운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블리자드가 내세우고 있는 ‘스타크2’의 e스포츠화 역시 협회와의 중계권 마찰로 난항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 최종 확정될 경우 전체 230명의 ‘스타크’ 등록선수 중 약 절반(만18세 미만 선수 109명, 한국e스포츠협회)에 이르는 ‘스타크’ 프로게이머가 ‘스타크2’로 전환할 수 없게 돼 반쪽짜리 대회 운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 고객 유치에 적색경보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크2’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최종 결정될 경우 서비스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스타크2’ 버전이 정식 출시 버전이 아니라는 것과, 이의신청(30일이내 신청, 게임위는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통보)등 법적인 절차가 남아있어 향후 최종 등급 결정까지는 여러 변수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블리자드가 ‘스타크’와 같이 별도의 청소년이용 버전을 따로 제작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스타크2’ 버전이 싱글 플레이 모드를 포함한 최신버전이라는 점과 게임위가 밝힌 등급결정 사유를 미뤄볼 때, 블리자드가 별도의 청소년이용 버전을 따로 제작하지 않는다면 12세나, 15세로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임위는 “‘스타크2’의 폭력성과 언어, 약물 등의 내용이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 등 게임이용에 대한 사회적인 정서를 고려해 등급 기준이 강화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작과 달리 배틀넷 중심의 이용자 간 대전이 게임의 핵심 요소로 부각됨에 따라 기존 등급보다 상향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배틀넷 중심의 이용자 대전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블리자드로선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블리자드는 ‘스타크2’를 사실상 온라인게임과 동일한 방식으로 서비스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즉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결정될 경우 온라인상에서 철저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스타크2’의 고객 유치가 제한될 수 있다.

 

또 12세나 15세와 달리 청소년이용불가는 PC방에서 연령에 맞지 않는 사용자가 ‘스타크2’를 즐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고 등 마케팅 활동에서의 제약도 생각해 볼 수 있다. PC패키지 방식의 ‘스타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게임위의 입장을 존중한다. 아직 게임위로부터 해당 내용을 통보받은 바 없다. 공식 입장은 차후 정확한 등급결정 사유를 파악한 뒤 발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 ‘스타크’ 선수 절반이 미성년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결정이 고객 유치 등 기본적인 전략에 수정을 가져온다면, 이로 인한 e스포츠 저변 축소는 2차적인 문제다.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에 등록된 ‘스타크’ 정식 선수는 230명이다. 이중 절반 이상인 109명이 18세 미만 미성년자다.

 

‘스타크2’가 청소년이용불가로 최종 확정된다면 절반이 넘는 e스포츠 선수들이 각종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e스포츠협회와 중계권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블리자드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즉 e스포츠와 중계권 협상이 결렬되고, 별도의 리그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e스포츠는 절반짜리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e스포츠 선수들이 20세를 넘어가면서 기량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종목 자체의 흥행에도 무리수가 될 수 밖에 없다. 또 TV중계에서도 방송 시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관중 동원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등급 및 e스포츠 뿐 아니라 또 다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PC방을 대상으로 진행된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통해 나타난 ‘스타크2’에 대한 작품성 논란이다. 아직 정식 버전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해도, 폭발적인 관심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던 PC방 클베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게 일선 PC방 업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PC방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부터 시작된 ‘스타크2’ PC방 베타 테스트 반응이 싸늘하다. PC방에서 ‘스타크2’를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는데다가 PC방 업주들도 관심이 없다는 것. 특히 직접 플레이해본 유저들의 반응 역시 시큰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한 PC방 업주는 “전체적으로 블리자드의 홍보가 부족했다. PC방을 찾는 손님들이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대다수였다”며 “손님도 모르고 PC방 업주도 관심이 없으니 ‘스타크2’ PC방 테스트가 제대로 될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 시작부터 삐거덕

 

‘스타크2’ 클베 반응이 예상외로 저조했던 것은 이전 ‘스타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용때문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스타크’와 동일한 3개 종족의 대립을 기본 골격으로 2D에서 3D로 그래픽이 향상된 것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기존 ‘스타크’가 수년간의 패치를 통해 종족간 밸런스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에 비해, ‘스타크2’는 아직 ‘스타크’에 비해 종족간 밸런스에 있어 ‘미완성’이라는 것. 결국 종족간 밸런스가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전략시뮬레이션의 특성상 ‘스타크2’는 미완의 대기라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출시를 앞둔 ‘스타크2’는 예상과 달리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스타크2’ 등급이 결정된 이후 엔씨소프트 등 온라인게임 업체의 주가는 상승한 반면, ‘스타크2’의 PC방 배급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진 손오공의 주가는 하락했다. 등급 문제, e스포츠, PC방 불매운동 움직임 등 블리자드는 지금 출시에 앞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