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작 오픈을 앞둔 개발 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3년여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즐거운 상황인데 웬일인지 다들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최근 업체 사장과 개발 담당자 간에 다소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사장은 빨리 퍼블리셔를 구하려 했지만 개발 담당자는 우선 오픈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펼친 것입니다. 두 분 모두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사장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첫 개발작입니다. 그동안 IT 업계에서 활동해왔지만 게임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반면 개발 담당자는 자존심이 강한 1세대 개발자 출신입니다. 그동안 둘이 활동했던 분야가 전혀 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회사내에 마케팅 담당자도 없어 둘 사이를 조율해줄 끈도 없는 상태이니 개발만 해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분 모두 개발에만 몰두하는 대신 업계에서 한동안 떨어져서 생활하면서 현실 감각이 크게 무뎌져 있다는 점입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지난해 국내에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작품이 10개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히트한 작품이 거의 없어 올해는 그 수치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 계약을 체결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초반의 큰 비용을 받는 대신 러닝 개런티 형식에 사인을 했습니다. 홍보 비용이라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쏙 드는 퍼블리셔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이나 힘든 것이 업계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독자 서비스를 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홍보 비용을 펑펑 써대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작품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그저 서버만 열어 둔다면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즐길 작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상황입니다.

 

입소문은 홍보를 한 작품에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년의 인고 끝에 출생을 앞둔 사랑스러운(?) 작품이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쓸쓸히 사라져 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게임스 조만규기자 nowar80@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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