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 MMORPG 개발사 사장한테 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얘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얘기인즉, 일본서비스를 담당하는 파트너사 관계자한테 들은 건데, 한 일본게이머가 레어(희귀)아이템을 주웠다며 이틀동안 게임속을 돌아다니며 주인을 찾고 있더라는 겁니다.

 

레어아이템이라면 게임내에선 누구나 갖고싶어하는 보석같은 존재죠. 그것을 주웠다면 큰 행운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왜 주인을 찾아주려 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걸작이었답니다. “레어아이템이 좋은거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잃어버렸거나 자신의 것인줄 모르고 줍지 않은 유저가 안다면 얼마나 상심이 크겠느냐”는 거예요.

 

일본의 게임문화가 수준이 높고 일본게이머들의 매너가 좋은 것이야 수도 없이 들은 얘기이지만, 아마 이 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쨌을까요. 아마도 십중팔구는 ‘이상한사람’이나 ‘사기꾼’ 취급을 하거나 무조건 자신이 잃어버렸다며 달라고 야단일 거예요.

 

문화는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직접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의 건전한 사고와 플레이 행태가 필요충분조건일겁니다.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고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캠페인을 전개해도 정작 게이머들 스스로 생각을 고쳐먹지 않는한 한낱 구두선에 불과할 겁니다.

 

최근 정부가 유저들간의 게임 아이템 거래를 법적으로 막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중이란 소식이 들립니다. 법제화하고 실제 시행하기 까지는 엄청난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이템 거래로 인한 폐해가 얼마나 심각하면 개인간의 거래까지 정부가 나서 막겠다고 야단이겠습니까.

 

산업이 커진다고 다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 성장과 문화적 성숙이 병행돼야 진정한 선진국이요, 강국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일본게이머와 한국게이머의 결코 작지않은 문화적 차이를 좁히지 않고는 게임강국은 몰라도 게임선진국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