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융합콘텐츠산업 협회장이면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이끌고 있는 이호수 부사장을 만났다. 사족을 좀 부치면 MSC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의 두뇌이자 중추이다. 단순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수준이 아니다.

 

휴대폰, TV, 정보기기 등의 소프트웨어 전략을 구상하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한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는 곳이다. 그는 지난 2008년 이 조직이 생길 때부터 센터장을 맡아왔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 ‘바다’나 ‘삼성앱스’가 모두 이 부사장의 작품이다.

 

필자가 이 부사장을 만난 것은 융합콘텐츠산업 협회장으로서 그 시장의 비전을 듣기 위해서 였다. 1시간여의 대담을 마친후 그에게 협회장으로서가 아니라 삼성전자 MSC를 전담하고 있는 부사장 자격으로 융합콘텐츠의 미래를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KIST,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 대학 박사, 미국 IBM왓슨연구소, 미국 IBM 근무 등 그의 경력을 봤을 때 당연히 어렵고 복잡한 개념으로 가득찬 답변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융합콘텐츠의 가까운 미래”라고 대답했다.

 

최근 IT 산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이용해 콘텐츠의 비전을 설명한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모든 자원을 클라우드에 올려 놓고 필요할 때 인터넷 접속을 통해 손쉽게 사용·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물론 이 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구현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말한 것이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열정적이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약하면 시간, 장소, 사용하는 단말기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융합 콘텐츠의 미래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서울로 돌아 오면서 이 부사장의 말을 곰씹으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개념을 머리 속에 그려봤다. PC에 저장된 음악 파일 하나를 휴대폰으로 옮기려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지금의 환경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다. 얼마후 생각이 정리되자 전율을 느꼈다.

 

역시 삼성전자답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 부사장이 전해준 클라우드 서비스 속에는 초 일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담겨져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글로벌 IT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3스크린’ 전략보다 그 그림이 크게 느껴졌다. 3스크린이 PC, 모바일, TV 등 3개의 스크린에서 동일한 콘텐츠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런 스크린을 3개, 4개, 5개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과 자신감이 깔려 있다.

 

당연히 다음 질문은 “이 부사장이 생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언제쯤 가시화될까”였다. 물론 그 단초나 지엽적인 개념들은 구체화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한참 더 가야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속 마음이었다.

 

이 부사장은 “2∼3년 안에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의 예측을 완전히 뒤집는 대답였다. 속직히 앱스토어니 스마트폰이니 해서 이제막 관심을 갖을 정도인데 산업계의 패러다임은 그쪽을 향해가고 있고 더욱이 일반인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느끼는 상황이 빠르면 2년 안에 온다는 전망은 받아 들이기 쉽지 않았다.

 

무식의 소치를 다시 한번 반성하면서 마음 한편으로 걱정도 생겼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IT와 콘텐츠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눈 앞에 있는데 게임 산업계는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과 초조감이 밀려왔다.

 

협회를 중심으로 일부 중소기업들이 ‘차세대 게임’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게임 산업계의 규모를 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여전히 온라인과 모바일의 한정된 시장에 매달리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은 분명 차세대 게임이라는 블루 오션을 담고 있으며 현재 상황에서 협회는 그 곳으로 들어가는 게이트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은 두드려야 열린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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