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심의의 신고 여부를 업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자율 수정신고제’가 곧 시행에 들어간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당초 설 지난 이후 곧 바로 ‘우수 내용수정신고 업체’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었다. 다소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주중에 이들업체가 선정, 발표되면 게임위 탄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적이지만 민간 자율 심의가 도입되는 셈이다.

 

현재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윈디소프트, 한빛소프트, 네오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8개사가 총 35개 게임물에 대해 인증제 신청을 마쳤으며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청 업체의 면면을 살펴 보면서 문뜩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위 말하는 국내 10 메이저 중에서 NHN과 엠게임이 신청 업체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두 업체 모두 산업계의 인지도나 시장 영향력 등을 생각할 때 당연히 신청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계가 틈만 나면 주장해 온 자율 심의로 가는 첫 삽을 함께 뜨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리딩 업체로서 직무 유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혹시 “NHN이나 엠게임이 속칭 ‘고포류’ 게임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알아서 신청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NHN 한게임의 매출 중에서 고포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이 높지만 신청 대상이 개별 게임에 국한한 것이기 때문에 두업체 모두 얼마든지 신청 자격이 있다.

 

안테나를 세워 두 업체가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와 상황을 들어 봤다. 우선 엠게임은 “다른 업체하는 것 보고 나서 나중에 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대다수 많은 업체들의 속내였다. 리딩 업체로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들먹이지 않는다면 사실 할말이 없는 것도 맞다.

 

반면 NHN으로부터는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급히 게임위측에 확인을 해보니 ‘신청서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양측의 이야기를 듣고 정황을 판단해보니 웃지 않을 수 없는 해프닝이 있었다.

 

결론을 이야기 하면 마감일 당일  NHN은 퀵서비스 업체를 통해 신청 서류를 접수하려 했다. 하지만 퀵서비스 업체는 직원이 모두 퇴근한 늦은 시간에 게임위에 도착했고, 서류를 현관 문 틈에 밀어 넣고 갔다.

 

사실상 택배 직원이 신청 서류를 방기했지만 NHN은 이를 접수한 것으로 간주하고 게임위 측에 거듭 확인 요청을 했다. 급기야는 CCTV를 확인하는 소동까지 벌인 끝에 NHN은 실수를 인정하고 뒤 늦게 재접수했지만 신청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게임위 측은 이를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요약하면 퀵 서비스업체의 배달 실수로 NHN은 ‘‘우수 내용수정신고 업체’ 지정 신청을 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 해프닝은 NHN 담당자의 실수 때문에 빚어 진 것 같다. “구멍가게도 아닌 NHN이 그런 실수도 하는구나”하고 한번 웃으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 몇가지 의문과 하나의 결론이 남는다.  NHN에 ‘자율 수정신고 인증제’는 택배 직원이 접수할 정도로 대단치 않은 사안이었느냐는 것이다. 내부 사정이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접수 마지막 날 늦게, 그 것도 대충 접수할 정도의 가벼운 사안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제도가 업체에 전적인 자율 심의 권한을 주는 내용이었다면 택배 접수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게임위는 권위적이어서는 안된다. 정책의 시행에 있어서도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거만한 자세 또한 곤란하다. 하지만 산업계, 그것도 리딩 기업이 그 가치를 ‘택배’ 수준으로 생각하는 정책이라면 굳이 시행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실익의 잣대로만 모든 것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게임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참여 업체에 좀더 확실한 실익을 주던가, 아니면 불참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우수 내용수정신고 업체’를 보완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임위는 택배 신청까지 배려해야 하고, 잘못되면 CCTV까지 확인하는 촌극을 또 벌여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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