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래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을 만났다. 新年 대담을 위한 자리에서다. 당연히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현황과 육성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홍 회장은 미국의 체인식 놀이공간인 FEC(Family Entertainment Center)에서 침체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탈출구를 찾는 듯했다.

 

미국에는 2000년대부터 가족형 게임센터 붐이 일어 ‘처키치즈’ ‘데이브앤부스터’ 등과 같은 FEC가 수천여개 운영되고 있다. 이들 FEC 체인점은 단순하게 게임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때로는 와인도 마시는 복합매장 형태이다.

 

그럼 ‘우리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홍 회장은 가벼운 웃음으로 안된다는 답을 대신했다. 현행 법률로 보면 FEC같은 테마형 게임센터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허가를 받은 게임장에서만 아케이드 게임기를 설치해 영업을 할 수 있으며 그 예외 규정으로 싱글로케이션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싱글로케이션’ 규정 때문에 게임장 이외의 장소에서 게임기를 설치해 영업을 할 수 있지만 그 숫자는 2대로 제한하고 있다.

 

홍 회장은 “한빛소프트가 강남에서 운영하고 있는 게임 테마 레스토랑 재미스에 처음에는 아케이드 게임기를 몇 대 갖다 놓았는데 이 싱글로케이션 설치 제한 조항 때문에 나중에 전부 뺄 수 밖에 없었다”면서 “게임 테마 레스토랑에 게임기를 마음대로 둘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아케이드 산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순간 게임 전문지 데스크로서 부끄러웠다. 학교 문구점 근처에 설치돼 있는 선물뽑기 ‘크레인’ 게임기에나 적용되는 줄 알았던 싱글로케이션 설치 조항이 아케이드 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FEC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그렇다면 정부에 그같은 이야기를 하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홍 회장은 또 한번 피식 웃었다. “지난 한해 문화부 담당자하고 얘기를 나누고 대강 그림도 그려 놨는데 갑자기 담당자가 바뀌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판”이라고 했다.

 

김종율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관은 본지 ‘화요논단’에 ‘아케이드게임산업의 미래’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김 정책관은  지난 11월 ‘지스타2009’에서 몸으로 직접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체감형 아케이드게임’이 쟁쟁한 온라인게임 못지 않은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아케이드 게임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게임강국으로써 위상을 높이고 게임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 게임시장의 주류의 하나인 아케이드게임을 포기할 수 없고 이러한 건전한 체감형 아케이드게임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정책관은 끝으로 국내 아케이드게임산업이 규제의 대상보다는 진흥의 대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아케이드게임업계가 비전을 공유하고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결론을 맺었다.

 

홍 회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게임문화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 싱글로케이션 문제를 다시 꺼내 놓겠다는 생각임을 내비췄다. 그러면 문화부 김재현과장과 권도헌 사무관등 핵심 라인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김 정책관은 앞서 말한 칼럼에서 ‘가족형 게임센터(Familly Entertainment Center)’를 최근 해외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추세라고 말했다. 아마도 미국 LA문화원장 시절에 FEC에 들른 경험이 있는지 와인과 식사가 가능한 ‘데이브앤부스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정책관이 FEC 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만큼 이번에는 싱글로케이션의 확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혹시나 김과장이나 권 사무관이 이전처럼 머뭇거리면 홍 회장이 김 정책관에게 직접 얘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김 정책관의 칼럼을 내밀면서 “이렇게 좋은 게임 문화 공간이 싱글로케이션 때문에 아예 설치되지 못한다는 것은 語不成說”이라고 말하면 김 정책관이 할말이 없지 않을까. 너무 순진한 얘기를 한게 아닌지 모르겠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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