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이 무엇일까. 그것은 그동안 사용해 왔던 계정을 정지당하는 일일 것이다.

 

짧게는 몇달에서 길게는 몇년 동안 키워온 캐릭터 레벨과 아이템 등을 한꺼번에 잃어버린다는 것은 온라인상에서의 ‘죽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계정을 정지당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메이플스토리’에서 600여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한꺼번에 계정을 정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한두달이 아닌 36개월이었다. 이것은 유저들에게 게임을 포기하고 떠나라는 말과 다름 없는 일이다. 계정을 정지당한 유저들은 하루아침에 분신과도 같았던 캐릭터와 아이템 등 모든 것을 잃고는 망연자실한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번 사태의 배경을 알고 보면 유저들에게도 분명 잘못이 있었다. 그러나 36개월 계정정지라는 처벌을 내린 넥슨측도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한국소비자원은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피해구제를 요청한 ‘리니지’ 유저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리니지’ 게임 중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이용이 영구제한된 계정 38개에 대해 위자료 약 2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다.

 

‘메이플’의 계정을 정지당한 유저들도 ‘리니지’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로서는 이번 조치가 너무 가혹하고 일방적이라는 주장이다.

 

넥슨의 입장에서는 대다수의 선량한 유저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번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징계를 내리는 과정에서 좀더 신중하고 철저해야 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첫째로는 유저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저들에 따르면 이번 버그의 경우 넥슨측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설명을 충분히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넥슨의 두루뭉술한 이용약관과 석연치 않은 해명도 문제다. 계정 정지 조치를 당한 유저들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재를 했다고 반발이 거세다.

 

함께 같은 시간 파티를 즐긴 유저 중에는 계정 정지 조치를 받지 않은 유저도 있고 정지를 받았다가 다시 풀려난 유저도 있다는 것이다.

 

넥슨은 이에 대해 작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내부 가이드를 통해 수백 회 정도 파티를 맺고 푼 유저들을 대상으로 계정 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넥슨은 계정 정지 심사 기준이 된 버그사용 횟수 등에 대해서는 당분간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넥슨의 어설픈 조치와 석연치 않은 해명, 가이드 비공개로 '메이플스토리' 유저와 넥슨 간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게임을 플레이한 평범한 유저들에게 ‘불법 유저’의 딱지를 붙인 것인지, 이날 파티를 한 유저들이 버그를 악용해 나머지 선량한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넥슨의 주장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3년이라는 기간 계정을 정지당한 유저들의 상실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며 선의의 피해자가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한사람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좀더 신중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게임스 김미영기자 mygam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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