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장수마을에 대해 본 적이 있다. 대부분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 곳에서 긴 시간 동안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살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예상 외로 간단했다. 불로초와 같은 묘한 약초가 아닌 채식 위주의 생식과 소식하며 깨끗한 자연환경을 벗삼아 일상을 즐기며 살아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삶을 오랫동안 유지했다는 점일 것이다.

 

장수마을 어른들의 삶을 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우리의 온라인 게임을 생각해보게 됐다. 현재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은 일년에도 수백 가지의 새로운 게임들이 탄생되고 있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지난 10년간 앞만 보면 달려온 한국의 게임업계는 우리가 어렵게 탄생시킨 수많은 온라인 게임을 앞으로 계속 장수하게 할 수 있는지 점검과 진단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온라인 태동기 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온라인 작품은 기본 체력을 두루 갖추고 이 세상과 접속하게 된다. 기술적으로 진화되었고 인적자원도 풍부하며 비교적 넉넉한 테스트 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기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하게 태어난 신생아라도 초기에 여러 가지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다면 금세 응급실을 찾아야만 한다. 요즘 등장하는 온라인게임은 기초체력은 갖추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적어도 10년 전 만해도 게임 개발은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몇 달 밤샘 작업을 통해서 완성되던 창작물이었고 제한적인 환경에서 즐겨야 하는 폐쇄적인 콘텐츠였다. 시절의 변화로 게임에 ‘온라인’이라는 날개가 달리면서 오픈된 콘텐츠가 됐다. 만드는 사람들의 만족이 중요했다면 이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만족이 우선이 되고, 개발자뿐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누구나가 게임의 개발에 대해서 주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됐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생존이 여러 가지 변수로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여 평생 채식과 소식을 추구했던 장수마을 어른들 처럼, 먼저는 작품의 생명력이 근원이 되는 개발의 소신을 밝히고 그 소신을 유저들과 함께 추구해나가는 확신이 필요하다. 남이 좋다고 한 건강식품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닌 것처럼 해당 게임의 체질과 상태에 맞는 영양분을 적절하게 투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이것을 반복하며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수마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삶을 즐긴다’는 점이다. 온라인게임 세상의 ‘커뮤니티’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을  폭력이 자유로운 공간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은 ‘커뮤니티’로 인해 중독 없이 즐기며 일상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즐기는 것이 어색했던 10년전과 달리 현재의 온라인 게임은 자신의 영향력을 확산시켜 나가는 중요한 생활 아이템이 되었다. 즉, 개발의 소신만큼이나 중요한 살아있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앞서 장수마을의 비결이 꾸준히 채식하며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게임의 생명력을 강화하는데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장수의 비결만큼 아주 간단한 두 가지 요소는 게임 개발의 소신을 지키고, 생동감 넘치는 게임 커뮤니티 유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 산업의 년수가 아직은 그리 성숙되지 못해서 10년 이상 된 작품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작품들이 조금만 더 소신을 가지고 그 게임을 사랑해주는 유저들과 함께한다면 수십 년 동안 사랑 받는 식음료들처럼 장수의 라이프 사이클을 자랑할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의료과학이 발달하더라도 현시대 100년 이상의 삶을 사는 인생은 매우 특별하게 기억된다. 과연 100년 이상이 된 온라인 게임도 존재할 수 있게 될까. 디지털 세대가 발전한다면, 커뮤니티가 계속 살아 유지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권이형 엠게임 대표 kweon20@mga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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