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게임시장에서 큰 소리 칠 수 있는 두 분야가 있는데 하나는 온라인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e스포츠다. 온라인게임과 e스포츠는 우리가 종주국이라 할 만큼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그 중에서도 e스포츠는 게임 경기를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e스포츠라는 분야를 만들기 전에도 이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각국의 환경에 맞는 게임대회가 실시돼 왔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PC게임을 중심으로 한 랜파티 개념의 게임대회가 주를 이뤘다. 일본의 경우는 또 다르다. 전통적으로 대전격투 아케이드게임이 큰 인기를 끌어왔기 때문에 아케이드게임기가 설치된 대회장에 선수들이 입장해서 대결을 치르는 형식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게임경기를 방송사에서 중계하고 수만명의 관중이 모여 그 대회를 지켜보는 사례는 없었다. 최근 문화부가 발간한 ‘2009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대회는 전세계적으로 지난 2006년 96개에서 2007년 142개로 급증한 데 이어 2008년에도 162개로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상금규모도 2007년 29억4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47억4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중 한국에서 진행된 대회가 148개로 상금규모는 36억2000만원에 달했다.  전체 e스포츠 대회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열렸고 상금의 76%가 한국에서 수여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수치만으로 봤을 때도 한국은 e스포츠의 메카라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고 e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운 선수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e스포츠계는 뿌리채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대회를 치르고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등 모든 권한을 자기들이 갖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스타크2’ 대회는 사사건건 블리자드의 허락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협상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벌어질 수 있다. 그야말로 손발을 묶이게 되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그동안 한국이 만들어왔던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 방송과 선수육성, 경기진행방식, 구단 운영 등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는 ‘스타크2’ 경기를 볼 수 없게 될 가능성도 높다.

 

블리자드의 태도를 지켜보면 그들이 과연 한국 e스포츠시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e스포츠 종목이 ‘스타크’ 하나만은 아니다. 또 한국 e스포츠 업계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블리자드라 해도 ‘스타크 2’를 지금의 ‘스타크’처럼 성공시킬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독특한 시장이다. 전세계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한 ‘MS 워드’도 한국에서만큼은 ‘아래한글’에 밀리고 있고 야후과 구글도 토종 포털인 네이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블리자드도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독식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답은 뻔하다. 작은 것을 탐내다 큰 것을 잃고 마는 ‘소탐대실’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스포츠 업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블리자드에 ‘스타크 2’와 관련된  e스포츠의 모든 권한을 줄 바에는 차라리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는 분위기인 것이다. 블리자드 본사가 이러한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들이 이를 제대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본사의 입장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대국적인 차원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본사를 이해시켜야 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 아닐까.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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