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에 맞는 새 업종과 새 직업이 탄생한다. 지금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업종들도 20∼30년 전에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던 경우가 허다하다. 전국 곳곳에 2만여개가 넘게 성업 중인 PC방도 마찬가지다. PC방이 등장한 것은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PC방은 컴퓨터와 초고속통신망이라는 산업 인프라가 갖춰지던 90년대 중반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에 맞도록 진화해 왔다. 외국에는 PC방을 인터넷카페라고 부르며 주로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게임 중심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PC방의 숫자가 2만개가 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협회가 만들어지게 됐는데 초기에 두개의 단체가 양립하다가 지난 2001년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라는 조직으로 통합되면서 명실 상부한 대표기구가 만들어 졌다.

 

그러나 기대 속에 출범했던 인문협은 주도권을 놓고 세력다툼이 끊이지 않으면서 회원들과 집행부 간에 간격이 멀어지는 등 고질적인 문제를 노출시켰다. 지난 2007년에는 이러한 갈등이 극에 달했다. 당시 협회장 선거는 박광식 회장과 부회장이던 김찬근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선거 결과는 김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 선거를 놓고도 부정 시비가 빚어졌고 양측이 서로 맞고소를 하는 등 법정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결국 새 집행부는 1년이 넘도록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고 협회운영도 파행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다.

 

그리고 이제 새 회장을 뽑아야 할 시점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또다시 집행부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회원들이 또 내분이 생기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협회 감사가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며 지난 2007년 대의원 명단을 요청하자 집행부가 이를 내줄 수 없다고 거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 회장과 감사가 이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가 몸싸움으로 까지 확대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집행부 내부에서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밖으로 터져 버린 것이다. 

 

아직도 협회에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경쟁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 상대를 이겨야 겠지만 승패가 결정되면 결과를 깨끗이 받아들이고 다시 힘을 합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인문협도 1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면 조직은 와해될 수 밖에 없다. 회원들이 집행부를 존경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하는데 집행부에서 권력을 놓고 다투는 모습만 보인다면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김 회장에게 바란다. 비록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손해 보는 일이 있더라도 더 큰 아량을 베풀고 비판적인 세력도 끌어 안고 가는 통 큰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차기 회장직에도 연연하지 말고 정도를 걸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협회장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다음 회원들로부터 존경과 아쉬움 보다는 비난과 외면의 눈초리를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김회장 만큼은 본받을 리더십을 남겨 주길 기대한다.

 

김 회장이 다시 재선에 성공할 지 아니면 이번 회기로 임기를 마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임기를 마지막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해 조직을 안정화 시켜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지금은 갈등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힘을 모으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그런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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