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무엇일까.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게임산업및게임문화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에 보니 ‘일정한 규칙에 따라 오락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오락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럼 오락(娛樂)은 무엇일까. 백과사전에는 오락 즉, 레크레이션(recreation)은 ‘일로 피로해진 심신을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기 위하여 자유시간을 활용하여 즐기는 여러 활동’이라고 되어 있으며, 레크레이션의 요건으로는  “활동의 자유와 즐거움이 강조된다.

 

강제된 활동은 고역이므로 내적 욕구와 결부된 만족도가 높은 활동이 효과적이다. 사회적 상식에 합치되는 건전성이 요구된다”라고 되어 있다.  즉, 즐겁고 행복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다. 도대체 왜 게임을 하느냐고. ‘스트레스 해소’ ‘득템의 행복감’ ‘렙업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게임으로 인해 기쁨과 행복감을 느낀다니 정말 게임은 좋은 레저 활동임에 틀림없다.

 

헌데 조금만 더 물어 보면 아이들이 느낀다는 행복감, 기쁨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러면 렙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하고 물으니 당장에 나오는 대답은 ‘노가다를 해야해요’ ‘사냥을 많이 해야해요’ ‘오랜 시간 게임에 붙어 있어야 해요’ ‘퀘스트를 실행 해야해요’ 등이다.

 

노가다라는 말은 반복적인 육체 노동을 뜻하는 말로 고된일을 의미한다. 고된일을 하느라 잠을 줄이고, 수업시간에 졸고, 건강은 날로 나빠져 간다. 기쁨을 누리려고 잠을 줄이고, 고된일을 해야 하다니 일로 피로해진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서 하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득템’은 어떻게 하는가. 첫 번째로 나오는 대답은 ‘현질이 최고’. ‘무조건 죽여야 해요’ ‘사기쳐요’ ‘친구들에게 빼앗아요’ ‘파티를 맺어 자쿰을 잡아야 해요’  ‘오토해요’ ‘아이템 조합해요’ 등 10세 사이의 아이들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말이 쏟아진다. 게임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다들 게임사가 주인이라고 대답한다.  강제된 활동을 하고 그 댓가로 현금을 지불 해야 한다. 

 

현금으로 아이템을 사야하며 현금이 없으면 사기를 치고 친구들간의 주먹다짐은 물론이다. 1800원 짜리 아이템을 넘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같은반 친구를 칼로 찌른 사건도 발생했다. 이제 게임은 아이들에게 그저 놀이감으로 존재 하는것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그로인한 시비와 폭력이 증폭되고 돈이 개입되어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돈을 벌수 있고 놀이에 돈을 투자해야 하는 등 이미 도박의 도는 넘고 있다.

 

얼마전 ‘오토’를 이용해 최대 1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작업장 운영자 10명을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을 적용해 검거한 사건이 발생했다. 오토란 유저가 직접 사냥하던 것을 프로그램 또는 하드웨어가 대신 사냥해주는 것이다.

 

자동으로 사냥해서 얻어지는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돈이 되는 아이템이다. 즉, 돈을 벌기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대형게임업체가 오토 근절에 그토록 열을 올리는 것도 다 돈이 되는 아이템이 오토시스템으로 인하여 게임업체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게임법에도 이 오토에 대한 처벌 규정이 들어 있다. 하지만 게임업체가 이를 배포할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실지로 이야인터렉티브가 서비스 하는 ‘무림외전’의 ‘청신부’ 는 이러한 오토 시스템이며 이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이쯤 되면 게임은 더 이상 심신을 즐겁게 하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오락이 아니다.

 

현재 정상적인 게임 이용으로 인한 아이템 현금 거래도 불법인 상황에 자동으로 사냥해 주는 게임의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 된다면 이는 게임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사행적인 도박이다. 도박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즐거운 활동이 되겠는가. 게임업체들은 그린 캠페인이니 뭐니 해서 게임업체의 이미지를 개선시켜볼려고 노력 하고 있다지만 ‘10시간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사냥해주는 시스템을 용인하는 게임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필자는 심신의 피로를 풀고 즐겁고 행복한 활동으로서의 게임을 원한다. 하지만 게임업체의 이러한 작태들은 필자의 기대와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 ibum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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