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의 미국판 大盜

30년대 갱스터 무비 리메이크 작…마이클 만 감독의 연출 돋보여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는 1930년대 갱스터 영화의 전설적 명작, 제임스 캐그니 주연의 ‘퍼블릭 에너미’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1929년부터 1932년 사이에 지속된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갱스터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근거가 되었다.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는 갱스터 장르를 양산했는데, 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로서의 특징적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당시의 갱스터 영화의 특징은 사회적 범죄자로서의 갱스터보다는, 냄새나는 기성체제를 조롱하고 뒤엎으며 저항했던 안티-히어로서 갱스터의 캐릭터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대중들은 오히려 갱스터들의 범죄를 통해, 무기력하고 무능하며 부패한 체제 내 제도권 지배자들에게 복수하는 대리배설을 맛보기도 했다.

 

마이클 만 감독은 브라이언 버로의 ‘퍼블릭 에너미’를 리메이크 하면서, 1930년대 실제 갱스터를 모델로 한 ‘퍼블릭 에너미’의 존 딜린저 역에 케스팅되었던 제임스 캐그니에 필적할만한 새로운 모습의 갱스터를 찾아야만 했다.

 

제임스 캐그니는 1950년대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나 ‘위험한 질주’의 말론 브론도처럼, 반항적인 모습과 개성적인 연기로 193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 배우다. 마이클 만이 선택한 21세기의 새로운 갱스터는 조니 뎁이었다.

 

‘퍼블릭 에너미’의 갱스터 존 딜린저는 실존 인물이다. 그는 마치 조선조 말 일지매나 임꺽정처럼 혹은 지난 시대의 대도 조세형처럼,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털지 않고 부패한 은행만 털면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13개월동안 11번의 은행털이에 성공한 그는 또한 2번이나 탈옥에 성공함으로서 존 딜린저 신화를 만들어냈다.

 

식료품을 털다 23살에 수감된 존 딜린저는 10년 복역 후 1933년 출소하자마자 인디애나주의 오하이오의 5개 은행을 터는데 성공한다. FBI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개 수사를 통해 존 딜러저를 잡으려고 한다. 존 딜린저는 미국 역사상 ‘공공의 적’ 1호로 기록되어 있다.

 

존 딜린저 못지 않게 대중들의 관심을 끈 인물은 검거율 100%를 자랑하는 수사관 멜빈 퍼비스이다. ‘퍼블릭 에너미’는 쫓는 멜빈 퍼비스와 쫓기는 존 딜린저 사이의 팽팽한 대결을 기본축으로 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히트’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를 등장시켜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리적 대결을 숨막히게 그렸던 마이클 만 감독을 매료시켰을 것이다.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은 각각 자신이 맡은 배역인 존 딜린저와 멜빈 퍼비스 역을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아웃사이더로서의 조니 뎁의 개성은 잭 스패로우 선장처럼 대중화되기도 하고 짐 자무시 감독의 ‘데드맨’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처럼 신화화되기도 하지만, ‘퍼블릭 에너미’에서의 안티 히어로 존 딜린저 역할은 원작에서 같은 배역을 맡은 제임스 케그니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조니 뎁의 연기력 문제가 아니다. 존 딜린저는 경제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불황과 실제로 수많은 범죄들로 뒤덮였던 1930년대 미국 사회가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같은 시기를 살았던 제임스 캐그니에 비해서, 상상력만으로 원작과 비교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조니 뎁은 많은 핸디캡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933년 9월 인디애나 주립 교도소 탈옥사건과 1934년 3월의 인디애나 크라운포인트 교도소 탈옥 사건, 그리고 1934년 리틀 보헤미아 트래블 롯지에서의 FBI의 기습공격과 대탈주극은 존 딜린저의 화려한 범행을 신화로 만든 사건이었다. 마이클 만 감독은 대부분 실제 장소에 가서 촬영하며 현장 분위기를 충분히 살려내려고 했다.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너미’는 존 딜리저의 범행 못지 않게 빌리 프레세(마리안 코티아르)와의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영화 평론가·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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