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프로그램(오토)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온라인게임 ‘엔젤러브’가 기어이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로부터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등급 받지 않고 유통하는 것은 불법행위이니까, 해당업체로선 치명적인 조치입니다. 오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다보니, 일각에선 매우 당연한 조치라는 반응입니다.


사실 맞아요. 오토로 인한 선량한 유저들의 피해가 어디 어제 오늘 얘기입니까. 오토사용자도 결국 유저이니까 기업에는 ‘필요악’이란 인식이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최근엔 오토로 인해 게임 이용환경이 악화되면, 다수의 유저가 이탈해 결국 손해라는 견해가 게임업체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한때 ‘오토천국’이란 오명을 들었던 엔씨소프트가 전면에 나서 오토근절을 소리높여 외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정도의 문제가 아닐까요. 오토도 사실 잘 만 사용하면 매우 편리한 수단입니다. 오토가 게임세상에 등장한 1차적 이유도 편의성 증대가 아닙니까. ‘노가다’란 일본어로 비유되는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지루한 플레이를 대신해주니 이 얼마나 편리한 장치입니까. 엄밀히 말해 오토가 만약 ‘유죄’라면 플레이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는 제외해야 마땅합니다. 오토를 통해 마구잡이로 돈벌이를 하려는 일부 유저들이 문제이겠지요.


게다가 오토 배포자가 해당 게임의 서비스업자라면, 단순히 볼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오토사용이 늘면 유저들이 원성이 자자하고, 결국 다수의 유저 이탈로 인한 피해가 볼보듯 뻔한데, 사업자가 괜히 오토를 도입하겠습니까.

 

‘엔젤러브’의 경우를 보세요. ‘천사수호정령’이란 기능으로 말이 오토이지, 사냥이나 채집 정도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상용 프로그램 수준을 넘어서는 일반적 유료 오토프로그램과 동일시해서 등급까지 거부하는 것은 좀 심한 조치라고 판단됩니다.


이런 기능은 ‘그라나도에스파다’ ‘아틀란티카’와 같은 몇몇 MMORPG에도 적용되고 있어요. 기능이 많든 적든 오토는 오토라고 하면 할말 없습니다. 그러나 법과 규칙을 집행하는 공공성 기관이라면 형평성은 지켜야지요.


이번 ‘엔젤러브’에 대한 등급 거부 조치를 보면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겅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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