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같은 ‘채널’마련 절실

시장 평가 차단하는 ‘밀폐형 시스템’ 문제…모바일·콘솔도 체계 재정립해야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온라인 유통 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 산업 지배구조가 자본력을 갖춘 일부 대형 퍼블리셔들에의해 죄우되면서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도 없는 중소 개발사의 경우 작품을 개발해 놓고  독자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시장 진입장벽이 만들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산업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켜 산업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설자리를 빼앗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중소 개발사가 직접 작품을 서비스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선 메이저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개발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개발사는 개발에만 집중하고 일부 대형 퍼블리셔가 서비스를 독점하다 시피 하고 있다. 이는 문화부가 밝힌 지난 2007년 게임기업의 매출 비중 중 10대 기업이 과반수에 달하는 45.7%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2000여개의 게임 제작 배급사 중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단 22개에 불과할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한 개발사 사장은 “거대 퍼블리셔가 가진 유저 데이터베이스 없이 단독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억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는 중소개발사에겐 엄두도 못낼 금액”이라고 사실상 독자적인 유통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수많은 작품이 시장에서 유저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통 경로가 메이저 기업에  집중되면서 유통 될 수 있는 작품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게 됐으며 거대 퍼블리셔가 시장에 출시할 작품을 선정하게 됐다.

 

또한 개발 도중 퍼블리셔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면서 작품의 독창성을 잃어버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결국 이는 대표적인 창작 콘텐츠인 게임의 다양성 확보를 저해하게 된다.


 
#게임 분야의 ‘독립영화관’ 필요 


물론 이 같은 구조에 대해 산업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듯이 시장 논리에 의해 형성된 자연스러운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에 대한 평가가 실제 소비자가 아닌 대형 포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다.


이와관련 심희규 제이씨엔터테인먼트 팀장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다면 과연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냐”며 “게임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유통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 같은 게임은 현재의 유통 구조에서는 등장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유통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치 영화 산업에서 독립영화 상영관을 개설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중소개발사의 작품이 서비스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 테스트를 위한 기반 시설 및 장비의 지원은 물론 마케팅 홍보까지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영화 상영관처럼 중소개발사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포털 형태의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케이드 산업은 온라인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를 이뤄 발전을 거듭할 때도 국내 게임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현재 아케이드 시장은 작품을 만들어도 유통상의 한계로 인해 판매를 할 수 없어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


지난 2001년 아케이드 시장의 국내 게임산업에서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온라인 시장의 비중은 2001년 당시 26.3%였지만 아케이드 시장은 절반에 가까운 49.6%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케이드 시장은 이후 지속적으로 비중이 축소돼 2007년 기준 시장내 비중이 1.21%에 불과할 정도로 몰락했다.


특히 사실상 아케이드 게임물이 유통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게임장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700여곳에 불과해 작품을 개발하더라도 유통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온라인 게임 유통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PC방이 전국적으로 2만여곳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아케이드 산업의 유통 시장이 얼마나 협소한지 알 수 있다.


아케이드 산업은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35.4%(2007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 시장과 가장 높은 수출 성과를 올리는 분야가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때문에 유통망 확충을 통해 내수 시장을 육성,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새로운 모바일 유통 환경 대응


모바일 산업과 콘솔 산업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 모바일 산업의 경우 현재 세계적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휴대용 인터넷 기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유통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애플의 ‘앱스토어’의 경우 론칭 6개월여 만인 지난 1월 다운로드 건수 5억건을 돌파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을 공개하고 인텔과 엔비디아가 휴대용 인터넷 기기를 위한 프로세서 시장에 집중 공략하는 것도 향후 세계 IT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특징은 오픈 플랫폼, 즉 유통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새로운 모바일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내수 시장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출시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시장은 온라인 시장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유통 채널이 제한돼 있다. 이동통신사라는 벽이 있는 것이다.

 

특히 네트워크 비용은 정보이용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편이다. 결국 콘텐츠 제작사가 제작한 양질의 콘텐츠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절반 이상을 유통망을 독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비용에 따른 수익의 일정부분을 쉐어할 수 있다면 게임사들의 제작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이 닫힌 유통 시장에선 보다 다양하고 참신한 콘텐츠가 등장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현재 산업 구조의 제한된 유통 구조를 오픈형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다.


 
# 불법 복제 정부 차원 대책 마련


국내 콘솔 산업의 유통 측면에서의 문제는 두가지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중고 타이틀 유통과 불법 복제물의 유통이다. 이는 실제 제작사와 공급사의 수익을 저하시켜 콘솔 시장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다시 수익 저하와 시장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전세계 게임 시장의 주류는 콘솔 산업이다. 최근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콘솔 진출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사실에 기반한다. 이런 시도는 엔씨소프트와 같이 글로벌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일부 기업이나 가능한 일이다.

 

내수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콘솔 게임을 제작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개발사들에겐 매우 큰 부담이다. 하지만 중고 타이틀 및 불법 복제물 유통 문제를 개선한다면 내수 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내 콘솔 기업의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

 

음성화된 중고 시장을 양성화하면 세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이에 따른 중고 타이틀 유통량의 감소로 신제품 유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욱 시급한 문제는 불법복제 타이틀의 유통이다. 온라인 P2P 사이트를 통한 불법게임물의 유통은 물론 콘솔 기기의 개변조의 기반한 일선 매장에서의 복제물 유통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법복제 타이틀의 유통을 줄이는 것이 정상적인 게임물 판매 증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현재 시장 상황보다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산업 활성화는 물론 법질서 유지 측면에서도 시급히 해결된 사안이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를 언급한 것에 대해 한국닌텐도 사장이 불법복제물 유통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콘솔 시장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만연한 불법복제물”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ytlim@thegames.co.kr

 

 
| 기고 - 심희규 제이씨엔터테인먼트 BD&전략기획팀장 |


중소개발사 위한 지원책 필요

게임포털 형태의 독립 공간 마련도 대안

 

‘국민 게임’이라는 멋진 칭호를 받았던 작품, 친구들과 모이면 바로 PC방으로 향하게 했던 작품, 여성 유저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작품, 일상 생활과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삶에 가까웠던 작품, 말 그대로 이름만 대면 그때의 트랜드로 기억되는 작품들이 있다.


그 동안 업계의 수만은 노력과 많은 정부 정책과 투자에 힘입어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그 시간동안 시장에는 수많은 작품이 출시됐으며 이 중에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을 일궈낸 작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산업 성장을 이끌어왔던 역사적인 작품들처럼 시장을 변화시키는 신작들을 이제는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매년 수종의 작품이 혜성처럼 등장해 시장을 뜨겁게 달구던 모습은 초장기 온라인 시장의 추억 속 이야기가 됐고 이제는 몇 년째 같거나 비슷한 작품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수많은 개발사가 계속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왜 여전히 많은 유저가 어제 플레이했던 작품을 또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게임성, 완성도, 스토리 등 대부분이 작품 자체에서 기인한 요인들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온라인 시장의 유통구조다.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은 사실상 거대 게임포털이 독과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저가 포털을 통해 서비스되는 작품을 즐기고 있으며 또 대부분의 신작이 포털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이는 유저 입장에서 그리 나쁠게 없어 보인다. 게임포털이 전문화됨으로써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손쉽게 고퀄리티의 신작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보면 마치 이 세상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이 백화점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연 우리는 백화점에서만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백화점은 물론 시장에서도, 할인점에서도, 심지어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물건을 구매한다.


같은 관점에서 국내 게임시장의 유통구조를 보면 무언가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한다. 물론 많은 유저 풀을 가지고 있는 포털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게임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유통 구조보다는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개발사가 자체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기반을 지원해 주는 정부 정책을 비롯해 게임포털이 아닐지라도 작품을 서비스할 수 있는 산업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영화관은 과거와 달리 멀티플랙스 형태로 진화했다.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계에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독립영화상영관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상영관이 있어야 영화산업 전체가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게임도 게임포털이 존재하면서 그 곳이 아닐지라도 어렵지 않게 서비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초기 게임시장에서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과 자금 지원이 있었던 것과 같은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이런 대안 중 하나로 글로벌서비스 플랫폼 등이 활성화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 시장의 개척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의 유통구조 다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몇 년간 게임을 만들었지만 게임포털 기업과 퍼블리싱 계약을 못해 시장에 나와보지도 못하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이들 작품들만 모아 놓아도 의미있는 대안적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움직이기에는 덧없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해야 하는 일이며 선진화된 건강한 게임유통 시장 정착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유통구조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독립영화 ‘워낭소리’와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없다. 우리에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독립게임상영관이 필요하다.


 

hgsim@joyc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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