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처벌 마땅” VS 소보원: “지나친 결정”

엔씨측 “선의의 피해 우려”…전문가들 “게임산업 부정적 영향 끼칠수도”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이용자의 별 다른 조작 없이도 게임내에서 사냥을 하거나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자동사냥프로그램(일명 오토프로그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유포한 사이트 6곳에 대해 차단 조치를 결정한 반면,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리니지’ 이용자들이 “게임사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계정을 압류한 것은 지나친 제재”라며 제기한 집단조정을 받아들였다. 자동 사냥프로그램을 두고 두 기관이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들은 두 기관의 상반된 이번 조치 때문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는 “최근 등장하고 있는 자동사냥프로그램은 이용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숙련된 전문가인 GM이 직접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제재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히려 다수의 이용자들은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이번 소비자원의 결정으로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의 권익이 침해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자동사냥프로그램은 이용자들의 정상적인 게임사용을 방해하고 작업장에서 이를 악용하면서 여러 문제를 발생시켜 왔다. 게임사들은 자동사냥프로그램을 근절시키기 위해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한편,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왔다. 정부 역시 자동사냥프로그램 근절을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지난해 12월 게임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자리에서 자동사냥프로그램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정부 차원의 자동사냥프로그램 근절 노력은 최근 게임위가 자동사냥프로그램을 배포한 사이트 6곳에 대한 폐쇄조치로 이어졌다.  게임사들은 게임위의 이번 조치를 내심 반기면서도 정부와 게임위의 자동사냥프로그램 근절을 위한 노력이 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결정으로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 적발 더욱 어려워질까 ‘우려’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게임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자들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검토작업과 함께 전문가로 구성된 GM을 통해 기술적으로 적발해낼 수 없는 일부 사용자들을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리니지’ 이용자들이 “운영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용자를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제기한 사안에 대해 소비자원이 집단분쟁조정을 결정하면서 GM을 통한 이용자 제재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동사냥프로그램의 경우 게임플레이이용 기록을 삭제하거나 일부만 남기는 등 게임사가 사용 여부를 기술적으로 입증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GM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를 적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원이 이용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화부와 게임위가 자동사냥프로그램 근절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집단분쟁조정 결정이 내려져 게임위의 추가 사이트 폐쇄 조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원이 집단분쟁조정을 게임서비스 관련으로는 처음으로 결정함에 따라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 선의의 피해자 막기 위한 ‘결정’


이번 결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애당초 소비자원에 접수된 집단 민원은 ▲ 계정압류된 이용자의 월정액 요금 중 나머지에 대한 환불요구 ▲ 엔씨소프트의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자 방조 의혹 ▲ 여러 개의 계정을 통한 레벨업(일명 쫄쫄이) ▲ 절차를 무시한 채 적발 이후 바로 계정을 압류한 것 ▲ 기술적인 검토를 통한 객관적인 증거자료 없이 GM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제재한 것 등 5가지였다.


이중 4개의 경우 게임사의 운영정책에 따른 것으로 인정돼 기각됐으나 소비자원은 GM이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용자를 제재한 것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집단분쟁조정을 결정했다.


이 같은 사례로 미루어볼 때 소비자원의 결정은 자동사냥프로그램의 불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닌 게임사의 지나친 이용자제재조치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각한 4개의 안건의 경우 자동프로그램 사용자를 이용약관에 의거해 게임사가 제재한 것은 합법적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소비자원 역시 자동사냥프로그램의 이용이 불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불공정한 거래관행 개선 ‘필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동사냥프로그램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떠나 그동안 게임사가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 없이 이용자제재를 하거나, 캐시 아이템의 환불을 까다롭게 만드는 등의 관행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게임 이용자와 게임사간 분쟁으로 인한 불만접수가 매년 30%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7708 건에 달하는 신고접수가 이뤄졌다. 2005년 2179건, 2006년 2517건, 2007년 3012건으로 매년 30%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해 3월까지 접수된 사례는 무려 660건에 달했다. 계정의 이용정지 및 계정압류에 대한 불만접수가 가장 많았다(111건, 46.7%). 아이템 분실 및 삭제에 대한 보상 요구(29건, 12.4%)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해지처리 미흡(12건, 5.2%), 미성년자결제(6건, 2.6%) 등이다.


소비자원은 “게임사가 정한 이용약관으로 금지하고 있는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 등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압류하는 조치에 대한 신고접수가  가장 많았다”며 “하지만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려 해도 모든 정보를 게임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분쟁이 자주 발생하게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게임사가 소비자보호에 미흡했던 부분이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자동사냥프로그램에 대한 불법성을 알리는 한편 이를 통해 건전한게임이용문화가 확립될 수 있도록 게임사, 정부, 이용자가 함께 나서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집단분쟁조정이란 |

 

50인 이상 동일 피해자 요청시 ‘가능’


한국소비자원이 ‘리니지’ 이용자들이 제기한 사안에 대해 집단분쟁조정을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집단분쟁조정은 동일한 피해를 입은 50인 이상의 소비자가 이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면 소비자원이 이를 조정하는 것이다. 조정이 성립돼 양측이 받아들일 경우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이 부여돼 조정의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리니지’ 사건은  4건의 집단사건과 86건의 개별사건을 합친 집단분쟁 사건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오는 9일부터 28일까지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일괄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집단분쟁조정 참가신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소비자원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50인 이상인지, 집단 분쟁조정이 실제 필요한지 등 피해구제 신청자들의 적격 여부와 피해내용 사실조사 판단을 거쳐 집단분쟁조정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2개월 안에 조정 결과를 양측에 통보해야 한다.

 

 

mozir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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