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모 대표체제 교체설 ‘모락모락’

김동건·서민 등 신예 발탁 가능성도 

 

국내 최고의 게임업체 넥슨(대표 권준모)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대표이사의 교체론이 제기되는 등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넥슨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조만간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과연 포스트 권준모는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넥슨의 구조조정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 1월 하순 캐나다 스튜디오를 정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5일에는 일본 현지법인인 넥슨재팬의 대표이사를 데이빗 리에서 해외사업본부장을 담당했던 최승우씨로 교체하는 등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넥슨의 대표이사 교체설과 관련해 넥슨측은  “현 대표체제를 유지할 지 아니면 변화를 가지게 될 지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차기 대표를 맡을 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특정 인물이 거론되며 수장 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넥슨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정주씨의 복귀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넥슨 내 유력 개발자의 발탁설도 잇다르고 있다. 더불어 위기관리를 위한 전문가 영입과 함께 현 권 사장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구조조정은 사전 정지작업  


최근 넥슨에 이상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1월 초 넥슨은 일본의 자회사인 넥슨재팬의 대표이사를 교체했고 곧 이어 해외 개발스튜디오 ‘NPNA’(Nexon Publishing North America)를 정리했다. 여기에 최근 넥슨 내부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넥슨 관계자들은 내부에서 조만간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어떤 형태로든지 인력 재편을 위한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사내 분위기는 과거와 같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부터 불거진 퍼블리싱, 마케팅, 해외 사업 등의 구조조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권준모 대표가 최근 모바일게임 업체들과의 빈번한 미팅을 갖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 교체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겨울부터 넥슨이 구조조정과 더불어 대표이사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최근 이를 뒷바침 하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된 것이다. 사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넥슨은 외부의 추측들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 바 있다. 특히 대표이사 교체와 관련해서는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데 현 체제를 바꿔야할 이유가 없다’며 뜬 소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1월 넥슨은 일본 현지법인 대표를 교체하는 등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구체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기에 넥슨모바일 대표를 겸하고 있는 권 사장이 모바일사업과 관련해 자주 움직이고 있는 것이 포착되면서 ‘모바일사업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오너 복귀·개발자 발탁 등 가능성

 

넥슨의 대표가 바뀔 경우 누가 그 자리에 올 것인가. 얼마전 까지만 해도 넥슨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김 사장은 지난 2005년 서원일 대표가 사임한 직후 넥슨 설립 10년 만에 경영일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이유는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강력한 오너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김정주 대표는 대리경영인을 내세웠지만 중대한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그가 직접 챙겨왔다. 여기에 최근 위기 경영과 향후 사업구도를 재편해야하는 넥슨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오너인 김정주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든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대리인을 내세우기보다는 오너가 직접 나서 단도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넥슨의 구조조정 분위기는 창립이래 가장 큰 폭이 예상될 만큼 상당히 심각하게 해석하고 있어 창업자이자 최대주주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넥슨 내에서 입지가 강한 개발자가 새로운 대표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는 김정주 대표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하기 보다는 예전처럼 뒤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대표가 이를 추진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대표의 경우 조직에 얽메이기 보다는 연극 등 그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기업을 경영하는 스타일이다. 


초기 설립 당시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넥슨의 대표이사는 주력 사업 방향에 따라서 ‘개발자’ 단독 또는 ‘개발자-비개발자’의 공동대표체제를 유지하며 개발자 출신의 대표를 단 한차례도 빼놓지 않았다. 


넥슨은 94년 창립이래 2004년 1월까지 김교창, 이민교, 정상원 등 개발자 출신들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2004년 2월부터는 서원일-데이빗리의 공동대표체제를 구축했고 이같은 기조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공동대표는 넥슨이 개발에서 벗어나 퍼블리싱 등으로 대외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시기와 맞물려 도입됐다. 하지만 대외 활동이 적극 요구되는 시점에서도 내부 개발자들은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대표를 두고 운영했다.


최근 넥슨의 인력 재편 방향은 퍼블리싱 등 대외적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개발’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개발에 역점을 두던 2004년 이전처럼 개발자 출신의 대표 체제가 유력한 이유다.

 

넥슨에서 현재 개발자로서 가장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는 ‘마비노기’를 개발한 스튜디오 데브켓의 김동건 본부장과 ‘카트라이더’ 로두마이나 정영석 실장 등이 있다. 더불어  지난 97년 입사해 넥슨 개발 총괄을 역임하고 지난해 네오플 수장에 오른 서민 대표도 유력한 인사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넥슨이 외부에서의 전문경영인 영입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제 한파의 위기를 관리하고 M&A 후폭풍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을 필요로 한다고 했을 때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 경영인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복잡한 경제상황을 분석·판단하고 조직적으로 회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신임 대표를 게임계 보다 외부 전문가그룹에서 찾는 게 바람직 할 것이란 점도 작용한다. 결국 기존 제조업체에서의 M&A와 리스크 관리에 있어 다수의 경험을 한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 ‘위기 경영’과 ‘새판 짜기’ 노림수


넥슨이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은 급변화는 대내외적 시장 환경에 맞춰 넥슨이 향후 사업 구도의 판을 다시 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게임계는 지난해 미국발 경제 위기가 실물 경기로 확대되면서 긴축 경영과 위기 관리 체제를 내세우며 근래 보기드문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넥슨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다. 넥슨은 이미 해외 지사와 개발스튜디오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경영이 아니라 ‘위기’를 관리해야만 하는 시기인 것이다.


또 넥슨은 지난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게임계 미다스의 손으로 꼽히는 ‘네오플’을 인수해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인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를 잘 이해하고 경영에 해박한 인물을 필요로 한다. 특히 넥슨과 네오플 두 조직 간에 갈등과 반목이 발생하면 시너지 보다는 마이너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요인이다.


여기에 퍼블리싱 사업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04년 이후 기존 개발 사업을 ‘퍼블리싱’으로 확대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하지만 대다수 퍼블리싱 작품들이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사업 구도의 방향이 퍼블리싱보다는 개발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활동과 더불어 개발자 중심의 넥슨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넥슨은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수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제 위기와 더불어 넥슨은 지난해 개발사 인수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방향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는 기존 사업 구도에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주는 누구 |
 
넥슨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이사는 카이스트에서 전산과를 수료하고 동대학원을 마친 인재로 지난 94년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넥슨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를 선보였으며 넥슨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기업으로 이끌었다.


지난 2005년 6월에는 넥슨 설립 10년만에 경영일선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 해에는 게임계 미다스의 손으로 꼽히는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넥슨의 일본 주식시장 입성을 위해 넥슨홀딩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넥슨 역대 대표이사 
 
1994년 김교창 대표
1999년 이민교 대표
2001년 정상원 대표
2004년 2월 서원일-데이비드 리 공동대표
2005년 6월 김정주대표
2006년 11월∼현재  권준모,강신철 공동대표
2009년 ?

 

 

sd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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