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이윤열 “정상 탈환 자신”

홍진호·박정석은 공군서 맹활약 예고

 

[더게임스 임재구기자] ‘황제’ 임요환, ‘폭풍’ 홍진호, ‘영웅’ 박정석, ‘천재’ 이윤열. e스포츠계의 4대 아이콘으로 불리우는 이른바 ‘4대천왕’이 부활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빅스타들이지만 쟁쟁한 후배들의 위세에 눌러 설자리를 잃어가던 이들이 다시한번 옛영광 재현에 나선 것이다. 4대천왕들은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08-09시즌(3라운드)’가 진행되는 다음달에 한자리에 모인다.

 

우선 친정 SK텔레콤으로 복귀한 임요환이 프로리그 3라운드부터 출격할 것으로 보이며, 이어 공군에 입대한 박정석과 홍진호의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프로리그’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던 이윤열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e스포츠 붐업의 주역들인 4대천왕 모두가 2006년 이후 거의 3년만에 일제히 선수로 뛰고 되는 셈이다.


4대천왕의 부활로 e스포츠계는 본격적인 르네상스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60만명에 이르는 팬을 확보하고있는 임요환을 필두로 4대천왕은 저마다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참 임요환이 올해로 30세를 맞아 막판 투혼을 발휘한다면, 그간 e스포츠계를 떠났던 올드팬들이 대거 e스포츠계로 U턴할 것으로 기대된다.

 

 

# 칼날 세우며 ‘捲土重來’

 

4명의 천왕 중 먼저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는 단연 이윤열. 이윤열은 지난 4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에서 현 KeSPA 랭킹 1위 송병구(삼성)를 제압하며 ‘천재의 부활’을 만천하에 알렸다. 박정석(90승)을 제치고 역대 ‘프로리그’ 정규시즌 다승 1위(91승)에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부진으로 프로리그에서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이윤열이 이 승리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한다.


온게임넷 김창선 해설은 “이윤열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원조 4대천왕 중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라며 “좀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윤열 본인도 ‘왕좌’ 재탈환에 대해 긍정적이다. 이윤열은 “그동안 부진했다고 해서 슬럼프에 빠졌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해봤다”고 단언했다.


제대하자마자 친정으로 복귀한 임요환도 e스포츠판을 새로 달굴 ‘역전의 용사’로 기대되고 있다. 임요환은 공군 에이스 시절에도 기존 프로게이머 못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활약을 펼쳤다. 임요환은 전역 이후 “우선 팀에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지만 최종 목표는 팀에 기여해 우승하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우승하는 데 있어 결코 들러리에 그치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김창선 해설은 “임요환과 이윤열은 위메이드와 공군에서 출전을 꾸준히 해왔고 무엇보다 근성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임요환은 “현재와 이전의 4대천왕을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실력이 향상돼 지금 선수들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강도 높게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 공군 에이스에 들어온 박정석과 홍진호의 부활도 시간만 남았다. 두 선수는 전성기 시절 필적할 선수가 드물었을 만큼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스타플레이어다. 박정석은 지난 2007년 ‘스타리그’ 8강 이후 부진했고, 2007년 이후 최악의 한해를 보낸 홍진호 둘 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칼날을 한껏 세우고 있다. 군인정신으로 어느때보다 정신 무장이 잘돼 있는것도 강점이다.


공군 에이스 유성렬 감독은 “홍진호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워낙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것이다. 박정석은 실전에선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공군 자체에서 이뤄진 평가전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드 팬 자극할 최고 ‘흥행 카드’

 

4대 천왕의 부활은 e스포츠계에 더없는 희소식이다. 이들 4대천왕이 과거 e스포츠 붐업을 조성했듯이 인기가 식고있는 e스포츠의 부활을 예고할만한 호재이기 때문이다. 당장에 과거 4대천왕에 열광했던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4대 천왕이란 말이 처음 불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등 4명의 프로게이머들이 최강의 활약을 펼쳤던 시절이다. 이들 4명은 전성기 시절 최소 10만 명 이상의 팬클럽 회원 수를 자랑하며 연예인 급 인기를 누렸다. 특히 임요환은 아직도 50만명 이상의 팬클럽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송병구,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 등 최근 떠오르는 빅4들도 4대천왕의 포스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라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기의 질적 향상도 기대된다. 임요환은 매 경기마다 희대의 전략들을 선보이며 승리를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임요환이 대스타가 된 데는 당시 약한 종족이었던 테란을 주종족으로 사용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뛰어난 전략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느린 이동 속도로 과소평가 받던 드랍십을 활용하거나, 마린을 조종해 다수의 럴커를 잡아내는 모습은 큰 화제가 됐고 지금도 테란의 주요 전략으로 쓰이고 있을 정도다.


임요환은 “세 번을 이기는 것보다는 팬들의 뇌리를 스칠 수 있는 한번의 좋은 경기가 더 중요하다”며 “요즘도 힘든 종족 중에서 영웅이 안 나오란 법은 없다”고 말해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최근에는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 많이 상향 평준화돼 자신만의 독특한 전략으로는 쉽게 이기기 힘들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전략형’보다는 ‘물량형’ 플레이로 이어져, 재미있긴 하지만 팬들이 쉽게 지루해질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 정상 재도전, 자신의 ‘의지’가 중요

 

하지만 원조 4대천왕의 부활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온게임넷 주훈 해설은 “이들이 재기하려면 먼저 출전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요즘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이윤열이지만 과거에 쌓아놓은 그의 명성에 비하면 팀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임요환 역시 공군 에이스 시절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시즌 막판에 거의 나오지 못했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게 된 홍진호도 연습량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 홍진호는 KTF에서 입대하기 전 수 개월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홍진호보다 먼저 공군에 들어간 박정석도 아직 만족할 만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정석은 공군 입대 이후 2라운드까지 모두 세 번 출전했지만 첫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연습 상대가 부족한 공군 선수들에게는 환경적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반면 이들의 부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많다. 이윤열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 출전 회수가 많지 않지만, 재기의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이다. 맏형 임요환은 “정상에 한번 올랐던 선수들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방법을 잘 안다”며 “기본 마인드나 프로의식이 투철하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윤열도 “선수들은 한번 연습했다고 실력이 확 오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연습해야만 서서히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며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만 가지고 있으면 다시 활약할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e스포츠계 최고의 흥행 카드로 꼽히는 이들 4대천왕이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 e스포츠 흥행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은 물론 e스포츠계가 그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lurkers@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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