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게임계가 잇단 구조 조정을 추진중이다. 경제가 휘청거린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이다. 한 메이저사는 아예 대표이사를 포함한 고위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마저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1월의 길목은 다름아닌 인사철이기도 하다. 공과를 따져 묻고 논공행상을 벌이는 것은 당연히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 재도약을 위한 조직 정비가 아니라 인책과 인원 감원을 위한 목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잘 나간다며 소문이 자자했던 게임계가 어쩌다가 이렇게 한파의 계절을 맞이한 것일까.


경제가 어려우니까 슬림화 위한 조직 재정비와 인원 효율화는 불가피하다 할 수있다. 하지만 안팎의 싸늘한 경제환경 때문에 무턱대고 인원 감원의 칼을 내미는 것은 소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경영층의 실패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하급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게임계가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 속으로 멍든 까닭은 비대해 진 조직 보다는 게임을 통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원인이 더 크다. 이를테면 원재료만으로는  손익구조가 좋을리 만무하다. 이를통해 더 큰 재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그렇게 하질 못했다. 어찌보면 그동안 게임계는 재료만 만들어 이를 내다 파는데에만 급급했다고 보는 게 맞다.


여기에는 게임을 다른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새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탓도 있다. 하지만 새 시장 개척을 위한 시도 내지는 타진한 기업을 보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우리 영화계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제작비마저 조달하지 못할 때 큰 힘이 됐던 건 비디오시장이었다. 영화시장보다 프로테이프라는 이름의 비디오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숨통을 틀 수가 있었다.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금의 유명 감독들이 비디오 업계의 도움으로 ‘입봉’했다는 일화는 더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 분야는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하드웨어의 보급과 발전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언필칭 게임계의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절실하고 시급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이미 게임 내수시장은 정곡점에 도달했다.게임만으로는 더이상의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민해야 한다.온라인 게임업체라면 과연 이 곳에만 계속 매달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업체라면  손의 미학에만 의지한 채 기업의 사활을 맡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야 맞다. 하나의  특정 플랫폼에만 함몰돼 몸부림칠 일이 아니다.


미디어의 컨버전스는 대세이며 흐름이다. 특히 영화 →비디오→ 음반 →출판 →게임→캐릭터로 이어지는 윈도의 도식은 사실상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국내에서 대작 유명 게임이 영화로 제작됐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고 그 게임의 배경음악이 음반으로 제대로 출반됐다는 얘기를 접한 적도 없다. 그나마 들려오는 소식은  게임 캐릭터가 인형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고 게임 정복을 위한 관련 서적이 간간히 출간되고 있다는 정도일 뿐이다.


게임계가 그동안 한쪽 손은 놔둔채 외팔이로 전쟁을 치러온 셈이다. 게임시장보다 더 큰 시장들을 제쳐두고 그저 한쪽에만 매달려 함몰된 채 몸부림쳐 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싸움터에 나서다 보니 허덕이지 않고 베길 재간이 있겠는가.


구조조정부터 서두를 게 아니라  산업 고도화를 위한 조직의 재정비가 더 시급하다고 본다. 미디어의 컨버전스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움츠릴 때가 아니라 어깨를 펴고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위기이자 어려울 때 더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젠 게임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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