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인재의 등용은 모든 기업이 끊임 없이 고심하는 과제 중 하나다. 인적 자원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의 여부를 가늠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의 수 많은 기업들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게임 개발은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작업으로써 개개인의 숙련도와 노하우에 따라 같은 작업일지라도 천차만별의 퍼포먼스가 나오게 마련이라 훌륭한 인재에 대한 갈증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 업계의 이직률은 타 산업군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게임 업계와 같은 기술 기반의 IT산업은 기업의 역사와 함께 노련미를 다진 숙련된 구성원들이 탄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직률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산업에 비해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젊기 때문에? 업무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기업의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물론 이러한 이유들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이유들보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게임 업계의 구성원들을 ‘철새’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 첫 번째는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게임을 취미로 즐기던 중 그것이 업(業)이 된 케이스라는 것이다. 업종이 무엇이든 취미를 업으로 삼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즐겁게 일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일 자체를 취미처럼 ‘적당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열정을 갖고 일에 임하지만 게임이란 콘텐츠적 특성 탓인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을 취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생각은 단순히 회사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적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개인의 취향이나 니즈에 회사가 부합하지 못하면 새로운 곳으로 손쉽게 옮겨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두 번째로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핵심 인력’ ‘중요한 일’ 이 두 가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모두 개인의 몫이 아닌 회사의 몫이다.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그 일을 중요하지 않게 여길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크고 작은 일들과 각 구성원들의 역할이 모여 하나의 기업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부분을 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회사가 이를 수용하기를 원한다. 업무의 중요도 역시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일만을 맡길 원한다. 하지만 회사는 업무의 경중을 떠나 하나 하나 소임을 훌륭히 해내는 구성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신뢰를 갖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겸손의 부재(不在)를 꼽고 싶다. 사회 속에서 만난 수 많은 사람들을 되돌아 보면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가 교만으로 드러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 자신의 인품을 자랑하는 성인(聖人)이 있던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는 것이 인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능력’에 대해선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스스로의 능력을 회사가 당연히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성장보단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펼쳐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무대를 당장 제공하지 못할 때 스스럼 없이 새로운 둥지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평생 직장’이란 말이 21세기엔 더 이상 실감나게 느껴지는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높은 이직률은 분명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불안정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잦은 환경의 변화는 업무적 성과를 이뤄내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지금도 고심하고 있고 그로 인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겠지만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개인과 기업이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더불어 성장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길을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현명하게 찾아가길 기대한다.


오승택 레드덕 사장 ducky@redd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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