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겨울 쯤인가, 사무실 한 켠에 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워낙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지라 직원들 틈을 비집고 들여다 봤다. 한 직원이 들고 있는 휴대폰이 좀 이상했다. LCD사이즈도 큼직한 것이 알록달록한 컬러화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LCD화면 안에서 휴대용 게임기에서나 나올 법한 비행기가 이리저리 장애물을 피해 다니고 있는 것 아닌가.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직원이 꺼내 보인 휴대폰은 그야말로 신천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당시 눈높이로 볼 때 나름대로 충격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국내 인프라도 많이 발전했다. 이제 휴대폰 기기 그 안에 담는 콘텐츠 어디를 비교해 봐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거 시도하지 못했던 많은 요소들을 갖춘 게임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드라마틱 RPG를 표방한 ‘에픽크로니클’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긴 플레이타임, 다양한 스크립트 연출을 통해 완성도 높은 게임의 또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아이모’는 어떤가. 생각은 있어도 시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풀 네트워크를 표방한 게임으로 센세이셔널한 도전이었다. 이 모든 것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초창기 많이 사용된 방법으론 팔레트변환, 단편적인 이미지 외곡 등의 단순한 기법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데이터에 대한 네이티브 조작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이미지 대한 조작 역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게임 개발자에겐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변화다. 최근 게임빌이 선보인 ‘제노니아’도 이런 형태의 게임에 녹여 넣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표현한 화면 왜곡, 동굴에서 불타고 있는 횃불의 일렁임, 요정의 궤적을 따라 흘러 내리는 파티클 연출은 기존 게임에서 쉽게 찾아 보기 힘든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내고 나면 모바일 게임 개발자로서 매우 큰 자부심을 느낀다. 또 이러한 노력이 있는 한 모바일게임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꿋꿋이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온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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