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4일 폐막됐다. 밤잠을 설치며 이를 지켜본 올림픽 폐인들은 당분간  공황(?)상태에 빠져 허덕일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 밖에서 응원하는 사람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스포츠의 큰 매력이다. 그 때문인지 위정자들은 간혹 통치수단으로 스포츠를 곧잘 이용한다. 말 그대로 ‘국민총화단결’에 더 없는 묘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971년 서울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배’아시아 축구대회는 그같은 수단에서 비롯됐다. ‘박스컵’이라 불리기도 했던 이 대회는 결국 박정권이 무너지면서 동시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축구에 대한 열기와 붐을 조성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위정자들이 깔아놓은 셈의 수를 뺀다면 이 대회는 축구를 구기 종목 가운데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
 
 스포츠는 명예를 놓고 싸우는 격전장이다. 그래서 상에 대한 권위를 유달리 따지고 저울질 한다. 영국 축구의 경우 국가 대항전일 경우 격에 어울리지 않을 땐 참가하지 않는게 마치 철칙처럼 돼 있다. 아무리 거금을 내 걸어도 참가하지 않는다. 프로 세계도 비슷하다. 돈이면 다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유명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는 아시아존 대회에는 상금 규모와 관계없이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빡빡한 그의 일정도 그 것이지만 대회의 격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상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국제 스포츠 사회의 힘의 역학구도에서도 밀려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도 있다.
 
 태국에서 개최한 킹스컵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배 축구대회는 60∼70년대 아시아 축구대회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아류 대회로 전락했고 끝내 사라지고 말았다. 국가 대항전 임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2진급 선수들을 파견하는 등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까닭은 단 한가지였다. 축구강국이란 이미지를 상실한 데다 주먹구구식으로 대회를 운영함으로써 권위를 실추시킨 때문이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은 정부가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를 내년부터 장관배에서 대통령배로 격상키로 결정한 것이다. 상의 품격을 높여 e스포츠의 바람을 새롭게 일으켜 보겠다는 뜻인데, 때늦은 감이 없지않다. 하지만 상의 품격만 높인다 해서 권위의 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국내 e스포츠 열기는 가히 불가마 수준이다. 프로게이머란 직종이  유망 직종으로 꼽힐 정도다. 기업들의 e소포츠에 대한 관심도 예전과 달리 불이 지펴지는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이를 아우르고 이끌어 나가야 할 협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늘 목소리만 있고 알맹이가 없다. 일각에서는 각기 터져 나오는 게임단의 목소리 조차 조율하지 못한다며 협회의 무능과 무기력한 행정을 꼬집는다.
 ‘박스컵’을 주도한 당시 장덕진 축구협회장은 뛰어난 행정가였다. 그는 일각의 비난을 무릅쓰고 관주도의 축구 중흥을 주도했다.그리고 아시아 최강의 축구 진용을 구축, 승승장구 했다.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 축구사에서는 그에 대한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e스포츠의 붐업을 위해 아마추어 대회의 품격을 격상시키는 선물을 내놨다. 공은 이제 e스포츠계에 던져진 셈이다. 품격에 맞는 행정력을 발휘해야 권위가 세워진다. 그런 내공이 없으면 밖으로 나가 역량을 발휘하기 조차 힘들다. 격에 맞는 대회를 열고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국제 e스포츠계에서도 나름대로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
 
  상의 명예는 이름이 아닌 빼어난 운영 등 행정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고싶다.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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