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을 지켜보면서 그 감회보다는 착잡한 생각이 더 드는 까닭은 다름아닌 나라 살림 때문이다. 말그대로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경제가 고유가와 환율 그리고 내수침체 등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출시장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것인데, 이 마저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인 것 같다.
 
   60∼70년대 우리경제를 이끈 핵심 산업은 중화학공업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헐벗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굴뚝산업을 선택했고, 이를 위한 중화학공업 육성책은 그대로 적중했다. 고도성장의 발판이 됐고 산업기반 인프라로써 큰 몫을 담당해 줬다.
 
  80∼90년대에는 TV  반도체 등 가전을 중심으로 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주효했다. 이를통해 삼성 LG 대우 현대가 그룹 기반을 확고히 다졌고 10대그룹, 30대 그룹이란 말이 이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통신을 비롯한 정보기술(IT)산업이 밀레니엄 시대를 이끌면서 산업 그림은 또다시 바뀌기 시작한다. 수요 패턴 변화뿐 아니라 이시기에 기업들의 세력 판도 변화도 뚜렷해 졌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달라질 때마다 변화에 응전한 기업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낙마했다. 건국이후 산업역사를 꾸려온 기업은 삼성 LG 현대 SK 금호아시아나 포스코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 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과욕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안주하지 않았고 돈을 벌기보다는 철저한 소명의식을 가졌다. 그리고 치열한 투혼을 발휘했다.
 
  이선으로 물어난 LG그룹 구자경 전 회장은 현역시절 “기업 행위는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책임과 철저한 기업인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지적은 역사적 소명의식이 없으면 기업은 필연코 외딴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고 끝내는 선택을 잘못한 기업인으로 말미암아 그 기업은 좌초하고 말았다는 현장 경영인으로서 지켜본 산업 교훈을 일깨운 것이다.
 
   결코 길지 않은 산업역사를 지니고 있는 게임계의 파고도 만만치 않다. 한때 아케이드게임이 풍미하던 시절, 이름을 날렸던 기업들이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고 PC게임이 온라인 게임 수요에 밀려나자, 이내 문을 닫은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고작 초창기 멤버라고는 엔씨소프트 넥슨 엠게임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드래곤플라이 등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기업의 성장사가 굴뚝기업의 그것과 상당히 빼 닯아 있다는 점이다.
 
 수년전 LA공항에서 두시간여 대화를 나눈 엔씨소프트 김택진사장은 이런 얘기를 했다 “게임계의 맏형이라는 무게를 늘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게 저에게 맡겨진 소명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게임강국 대한민국 명예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해 나갈 작정입니다.” 그는 그 이후 글로벌 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게임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고 장르도 다양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FPS(1인칭 슈팅)게임이 수요를 주도하고, 알다가도 모를듯한 리듬액션 장르가 새 지평을 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장르의 게임이 불쑥 나타나 수요를 이끌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기업행위 하나 하나가 모두 게임계의 산역사이자 준거라는 점이다.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도, 암울한 업계 현상도 역사의 장에 담아야 할 몫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굴뚝기업의 그들처럼 불멸의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어두운 역사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밝은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하고 고민하고, 중흥시킨다는 철저한 기업가 정신과 사회의식을 갖추는 데  힘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란 점이다.
 
   앞으로 40년, 건국100주년까지 당당히 남을 불멸의 기업이 게임계에선 몇개사가 될까. 굴뚝기업 못지않게 게임계의 역사와 행보에 눈길이 모아지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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