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게 2008년 봄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잔인하고 힘든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가 불러 온 급격한 민심 이반으로 출범 100여일 만에 청와대와 내각이 전원 사의를 표할 수 밖에 없는 전대미문의 사태까지 발생했으니 말이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 했을까.
 
 미국 언론에서까지 언급한 ‘국민과 소통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에는 국민 모두가 대체로 공감하는 것 같다. 아울러 대통령의 ‘CEO식 리더십’이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아이러니하게 지난 대선 때 그의 CEO 리더십이야말로 지금의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이라고 찬양(?)했던 수 많은 언론들마저 이제는 정반대로 CEO리더십이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정말 CEO리더십이 문제의 발단으로 작용했을까,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CEO리더십이 문제라는 주장의 밑바탕에는 CEO리더십을 ‘기업의 이윤 극대화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임직원을 닥달(?)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이는 능력’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21세기에 그런 능력을 가진 CEO가 이끈 기업이 성공은 커녕, 시장에서 오랫동안 생존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
 
 21세기 디지털경제시대에 성공하는 기업들의 CEO리더십은 그 이전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과거에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도 성공하는 경영자에게는 뚜렷한 경영 철학과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경제시대의 기업 경영자에게는 이같은 경영 철학과 비전, 추진력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이 더 있다. 바로 주주와 내부임직원, 협력업체 그리고 고객들과의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소통의 능력이 없으면 결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을 뿐더러 그 생명력이 길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경제시대에 CEO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위해 단기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다양한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설득하고 조정하는 합리적인 조정자로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내부적으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여 권한과 책임을 위임해 능동적이며 창조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구성하는 분권형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직원들을 ‘머슴’이라 표현하고 직원들보다 회사의 이윤을 우선하는 독불장군식 경영자가 결국 IMF사태로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사례가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CEO는 끊임없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단 한명의 고객 의견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기업의 생존은 결국 고객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디지털경제 시대에 최종 소비자인 고객들은 수동적인 단순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능동적인 고객과 소통에 실패 하면 해당 기업은 결국 실패를 거듭하다 시장에서 퇴출 될 수 밖에 없다.
 
 고객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이야말로 21세기 디지털 경제시대에 CEO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 변화에 맞는 리더십를 발휘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오늘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한민국 CEO들이 때 아닌 CEO리더십 실패 논란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shhy@mjoynet.com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