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소프트의 김영만회장을 처음 만난 건 그가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였다. 잦은 출장으로 지친 모습이었이지만 눈빛과 목소리는 상대를 압도할 만큼 자신만만했고 당찼다. 그가 게임산업에 대한 예찬론을 펼칠 때는 솔직히 믿음은 고사하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IMF(국제통화기금) 구조조정 막바지 시기에 ‘스타크래프트’란 패키지 게임 하나만 달랑 들고 분사를 했다.
 
 99년1월 그는 한빛소프트를 창업했다. 그리고 ‘스타크’를 밀리언 셀러로 만들어냈다. RT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장르인 ‘스타크’가 그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라는 걸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액션과 RPG 게임이 잘나가던 때였고 RTS장르는 말 그대로 생소한 장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무모한 도전인 듯 해 보인  ‘스타크’ 승부에 그는 보란듯이 업계에 한방을 날려버렸다.
 
 어느날인가 이번엔 e스포츠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제안해 필자는 난생처음 종목 등록위원이란 걸 해 봤다. 그는 온라인의 올림픽 성지를 만들어 보겠다며 협회결성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저 몇몇 관심있는 인사들만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을씨년하게 겨울 눈이 내릴 쯤이었다. 그래도 그는 인심좋은 시골 농부처럼 ‘이미 반은 이룬 게 아니냐’며 보기좋게 웃어 넘겼다.
 
 한빛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여유자금이 생기자 그는 싹수가 보인다 싶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한 사석에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 개발사가 제대로 설 수 없고 산업의 궤도 진입도 그만큼 늦춰질 수 밖에 없다"며 그이유를 설명했다.
 
  산업 인프라에도 눈길을 놓지 않았다. 각종 행사 협찬은 그의 몫이었다. 그는 이런 얘기도 했다. “밀알이 뿌려져야 큰 열매를 맺지 않습니까.그만큼 뿌려지면 더 큰 열매로 산업계에 다가올 것입니다. 나는 나름대로 꿈을 이뤘고 후회도 없습니다.산업의 밑거름이 된다면 그 어떤 일이든 하고 싶습니다.”
 
   산업에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 그의 점심식사는 늘 조촐한 밥상이었다. 허름한 식당이 아니면 회사 구내의 레스토랑이었다. 우스갯 소리로 너무 박대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 정도면 인심을 쓴 게 아니냐고 했다. 그의 정장도 몇벌되지 않았다. 항상 그 복장이었다. 좀 기분이 풀린 날이면 캐주얼을 입는 게 고작이었다. 자신에게 돈 좀 쓰라고 했더니 큰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 돈도 아니고 한빛의 돈도 아니고 산업계의 돈인데, 무슨 그런 호사를 부리겠느냐”고 했다.
 
  그런 그에게 올 곧은 게임계 전문지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김회장을 최근 만난 건 T3 엔터테인먼트에 경영권을 넘기기 딱 일주일전 쯤의 일이다. 그날 김회장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그는 예전에 필자와 같이 나눠온 기업 소유와 경영 분리의 문제를 새삼스레 꺼집어 냈다. “기업이 잘 성장하고 산업계에 그 이름값만 제대로 하면 됐지, 그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지의 여부가 뭐 그리 중요한 일입니까? 나는 그 길을 늘 고민해 왔고 그런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그의 알듯 모를 듯한 얘기가 바로 그 얘기였던 셈이었다.
 
 창업 당시 달랑 ‘스타크’ 하나로 시작한 김회장이 또다시 달랑 시작하려고 한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그와의 첫 대면 때의 얘기가 생각났다. “게임산업은 미래의 콘텐츠산업을 좌우하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인들이 더 큰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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