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기본 틀은 규칙이다. 규칙에 따라 경기가 펼쳐지고 규칙에 의해 승부가 갈라진다. 그래서 규칙을 지켜지 않으면 엄격한 벌칙이 뒤따르게 된다. 그 틀 안에서 생존의 경쟁을 펼치다 보니 과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전 승부조작이라든지, 경기력 향상등을 위한 약물 사용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스포츠에 열광한다. 영국의 저술가 하워드 제이콥슨은 그 이유를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며 스포츠의 매력을 설명한다.
 
   규칙이 존재한다고 해서 게임을 스포츠라고 하지 않는다. 매년 8월 프랑스 르프레슈에서는 ‘맬론씨 멀리 뱉기 대회’가 열린다. 말 그대로 씨앗을 제대로 멀리 뱉어야 하는 경기다. 일정한 규칙과 벌칙도 있다. 대회가 열릴 때면 인산인해라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라 하지않는다.
 
 이같이 규칙은 있지만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기들이 적지않다. 그것은 규칙이 있고  삶의 경쟁은 있으나 비합리적이고 무목적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승리만 쟁취하면 그만이라는, 그런 방식의 게임이다.
 
 과도한 살상 문제로 e스포츠로서 적합한 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FPS(1인칭슈팅게임)장르는 인간의 본성인 ‘상대 제압’의 의지를 미화화했다는 측면에서 스포츠의 매력과 맥이 닿아있다. 그리고 기본 틀인 규칙도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를 고안해 낸 사회의 매너와 관습, 의례와 제약 유형에 걸맞은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좀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더욱이 살상만을 거듭하는 게임을 가지고 이성적, 목적성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지울 수 없다.
 
   e스포츠 공인종목 등록위원회측은 이에대해 공인종목 적합성 여부로  대전 가능성 여부와 방송 적격 여부 등을 엄밀히 심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스포츠로서의 기본 요소를 살펴본 게 아니라 자극적인 흥행 요소만 살펴본 것일 뿐이다.
 
  뒤집어 말하면  흥행만 가능하다면 어떤 게임도 e스포츠화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 것은 무책임할 뿐 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거창하게 정치적 정확성의 검증은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파장은 짚어냈어야 옳았다. 따라서 그 것은 여러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경기일 순 있지만 스포츠는 아니다.
 
  예컨대 예술과 외설의 차이가 그것이다. 상체를 드러낸 여성의 사진속에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면 그 작품은 예술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사진은 외설작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원회는 또 사회적 파장과 함께 이들 작품이 게임위의 등급을 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하지만 어불설성이다. 게임위의 역할과 기능은 그 작품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등급 심의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다. 검열을 위한 것도 아니고 작품 유형에 따라 적합한 등급만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절차가 그 모든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건 큰 오산이다.
 
  엉성한 기준에다 잣대를 맞추고 e스포츠의 세계화를 위한 투철한 소명 의식도 없이 오로지 흥행에만 급급해 공인종목을 남발한 협회와 위원회의 행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잘못됐으면  바로잡는 일이다. 때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이른 시기다. 그 것은 갈길이 먼 e스포츠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사람을 살상하는 게임이 e스포츠로 적합하지 않은 까닭은 또 있다. 그 곳에서 승리의 쾌감은 만끽할 수 있지만 희망과 꿈을 심을 수 없고 더 나가아가 풍요로운 삶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촌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까닭은 ‘상대제압’을 통한 쾌감이 아니라 이를 통한 자아 실현과 삶에 대한 천착 및 진실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란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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