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욱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사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흑묘백묘’라는 말이 있다. 흑묘백묘는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의 줄임 말인데, 말 그대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던 덩샤오핑[鄧小平]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로서, 흔히들 ‘흑묘백묘론’이라고 한다.
 
 고양이 색깔이야 상관없이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을 부유하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으로 인용된 것이다.
 최근 한국에는 전례 없이 PSP, NDS라이트 등 휴대용 게임기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비디오게임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이러한 관심과 인기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휴대용 게임기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각각의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휴대용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자체가 크게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로 비디오게임 업계는 닌텐도 ‘위(Wii)’ 출시를 환영하고 있다. 한국의 비디오게임 시장은 2002년부터 시작하여 이제 겨우 만 6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게임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경쟁하여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4일 닌텐도코리아는 ‘위’ 출시와 관련한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많은 사람들이 닌텐도 ‘위’가 출시되는 것에 대해서 경쟁사로서의 소감을 묻곤 하는데, 필자는 닌텐도 ‘위’를 경쟁사 제품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디오게임 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닌텐도는 그날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위’ 출시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어머니가 노여워하지 않는다’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행사에 참가한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단순하게 웃어넘겼을 수 있지만 비디오게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는 원인 중 한가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비디오게임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는 ‘TV앞에서 즐기는 게임’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PS3, X박스360 그리고 ‘위’는 모두 TV와 연결하여 사용하는 게임기인데, 교육열이 높은 대다수의 우리 어머니들이 ‘비디오 게임’ 자체에 대해서 좋은 선입견만 가질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닌텐도 ‘위’가 비디오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희석시키고, 비디오게임 본연의 ‘재미’를 알리는데 이바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비디오게임을 통해 가족 구성원 모두 스포츠 게임을 함께 즐길 수도 있고, 대전 격투 게임을 즐길 수 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는 것, 비디오게임을 통해 차세대 DVD 영화(블루레이)도 보고, 인터넷 웹브라우징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통해서 PS3와 X박스360 등 비디오게임 시장 전체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디오게임시장 업계 전체로 보았을 때 비록 경쟁사 제품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을 활성화시켜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성장원동력을 찾아내고, 성장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PC 온라인게임에 편중된 국내 게임시장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게임 플랫폼을 취급하여 국내 게임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흑묘백묘’가 가져다 주는 정신. 그 정신을 이런 식으로도 해석해보는 것 자체가 ‘흑묘백묘론’의 최고 묘미가 아닐까.
 Seong-Ug.Lee@sc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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