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계가 벌써 10년의 성상을 쌓았다. 개별기업에서 만든 2개 리그에 소속 구단도 없이 개인 살림으로 싹을 띄운 e스포츠계가 지금은 12개의 구단에 소속선수만도 3백여명에 이르고 각종 리그는 연중무휴로 열리는 등 외형적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프로그램 선호도 조사에서도 축구에 이어 e스포츠가 2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 종목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이같은 e스포츠의 바람은 2005년 부산 광안리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그 조짐이 읽혀지기 시작했다. 우천 속에서 진행된 이날 결승전을 보기위해 광안리에는 무려 10만관중이 몰려 들었다. 청소년·젊은 여성들 뿐 아니라 30∼40대 중 장년층들의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속속 잡혔고 대회가 끝난뒤에도 수천의 열혈 팬들이 밤새 스타 게이머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함으로써 그  서광을 알렸다.
 지금은 e스포츠계의 잊혀진 이름이 돼 버린 이강민씨는 타고난 안목으로 프로세계에 뛰어들어 최초의 프로 리그인 KIGL를 창설했다.그는 아마 수준의 각종 리그를 통폐합, 프로화하겠다는 꿈을 안고 KIGL을 주도했지만 방송사와의 역학 구도를 극복하지 못해 끝내 꿈을 접고 말았다. 그는 한 사석에서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주춧돌을 놨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인 인물은 한빛소프트 김영만회장이다. 그는 e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프로 리그 출범을 위해 협회 창립을 주도했고 e스포츠의 국제화를 위해 게임 선진국인 미국 일본 등을 수시로 드나들며 한국 e스포츠계의 현황을 소개하고 다녔다. 
 각국에서 e스포츠의 바이블로 여기고 있는 ‘스타크 리그’도 그가 만든 작품이며 프로 게이머의 법적 토대 마련도 김회장의 열정과 특유의 부지런함이 없었다면 쉽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게 e스포츠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과 달리  e스포츠의 토양을 마련한 외곽 공신은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과 넥슨의 김정주회장이다. 김회장이 96년 발표한 ‘바람의 나라’와 김사장이 완성한 ‘리니지’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온라인이란 세계를 통해 팬들이 함께 합창을 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e스포츠의 또다른 외연도 쉽게 담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e스포츠는 이렇게 게임계 인사들과 물밑에서 땀을 흘린 많은 e스포츠계 사람들이 다듬고 키워왔다. 그 때문인지 외국사람들에게 e스포츠의 원산을 물으면 한국이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무게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헌데 일각에서는 국제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엄한 짓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 즐기는 게임 장르이니 무턱대고 정식종목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그 장르는 다름아닌 1인칭 슈팅게임(FPS)이다. 이 장르는 말 그대로 직접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는 살상게임이다. 협동심을 기르고 지략을 키울 수있다고 하지만 그 것은 낯뜨거운 포장술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을 마구잡이로 살상하는 놀이가 어찌 스포츠라 이름하여 자리할 수 있는가.
  여기에다 e스포츠는 말그대로 폭력물의 부산물이라고 낙인이라도 찍힌다면 그 업보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체육회 가맹 등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단지 국제화란 미명아래 트렌드를 좆는 일은 다름아닌 e스포츠계를 사지로 모는 일이다. 팬들이 원해도 그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그게 e스포츠를 꽃피우기 위함이고 여가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엉뚱한 짓으로 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로 애써 가꿔온 e스포츠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스포츠계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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