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관계는 유기적이다 못해 뗄래야 뗄 수 없는 부부 사이나 다름 아니다. 그들의 밀접한 관계는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비로소 한 눈에 확인하게 됐지만 그 이전부터도 그랬다.
  VCR  표준 규격을 둘러싸고 소니와 마쓰시다가 한판 승부를 위해 띄운 전략은 세 과시였다.이들은 세계 유명 가전사들을 자신들의 진영에 끌어 모으다 시피 했다.그러면서 한편으론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진영 합류에도 힘을 기울였다. 월트디즈니·파라마운트 등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하드웨어업체와의 연대를 시도한 최초의 일이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소니가 승리를 거뒀지만 주요 영화사 등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지원 사격이 없었다면 아마도 소니는 지루한 전쟁을 더 오래도록 치러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뛰어난 하드웨어 임에도 불구, 소프트웨어를 받쳐주지 못해 대중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는 레이저 디스크플레이어(LDP)가 꼽힌다. 이 제품은 화질과 음질면에서 VCR를 압도 했지만 유저 편의성에 문제를 삼은 영화사들이 따라주지 않았다.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이같은 소극적인 태도로 말미암아 LDP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끝내 사장되고 말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할만큼 양 진영은 그래서 한 몸이다 할 정도로 같이 움직인다. 이를테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식이다.
  양진영이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은 않지만, 새로운 하드웨어가 나오면 함께 쓰는 판매 기법은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타이틀을 선보이고 불법 복제를 슬그머니 눈감아주는 것이다. 이 가운데 복법복제를 눈감아준 적이 없다고 강변할지 몰라도 그 것은 늘 써온 그들의 고전적 수법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어떤 방법으로든 기기만 보급되면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기기보급이 수요 정점에 달하면 값비싼 정품으로 이를 벌충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저작권이란 무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특히 길이 열리지 않아서 그렇지, 도로만 닦아놓으면 단숨에 고속행진을 할 수 있다는 콘텐츠 수요 공급의 법칙은 이같은 전략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고전적 수법 가운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타이틀의 유통이다. 기기의 수요층이 그나마 성인층이면 몰라도 수요층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일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닌텐도의 NDS 타이틀 ‘두근두근 마녀신판’이 불법 유통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타이틀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낯뜨겁다 못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녀들을 성적으로 흥분시켜 진짜 마녀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닌텐도측은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일일뿐이라며 나몰라라하고 있다 한다. 더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이러한 불법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쓰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뭔가 막힌게 있지 않으면 이럴 수 없다는 생각이다.
  말 그대로 고전적인 수법을 써야 할 정도로 닌텐도측이 다급해 진 것인가. 아니면 그 정도의 타이틀을 가지고 왠 난리들이냐며 배짱을 부려보는 것인가. 속셈이 있지 않고선 그럴수 없는 반응이다. 1년여 한국에서 장사를 해보니 고전적인 수법이 제격이더라는 생각인가.
  이젠 콘텐츠를 내세울 때가 됐다고 보는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은근히 화가 치민다.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