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한 백화점이 ‘착한 커피’ 판매 행사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과테말라와 멕시코산 원두커피가 그 것이었는데, 시중가격보다 평균 30%가량이 더 비쌌는데도 불구, 잘 팔려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뚱맞게 왠‘착한소비’. 그 것도 시중가격보다 더 비싸게 값을 치르고 구매하는 게 ‘착한소비’라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겠다.
 ‘좋은 소비’라는 말은 많이 들어와 그렇지 않겠지만 ‘착한소비’란 말은 다소 낯설 수 밖에 없다. 뜻을 알고 보면 결국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착한소비’는 기업 윤리 경영을 강조하는 최근의 세계 기업 트렌드와 맥을 같이하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공정무역기구(FLO)는 지난 97년 국가간 혜택을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 기구는 노동착취와 미성년자 노동 및 비윤리적 행위로 생산된 제품의 구매 거부, 원재료를 생산하는 국가에 정당한 가격 지불 등을 골자로 해 제 3세계 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노동 복지 환경 개선에 노력해 왔다.
 여기서 나온 말이 ‘착한 소비’다. 쉽게 말하면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소비하자는 뜻이다. 그 대상은 노동 착취 및 미성년자 노동이 주를 이루고 있는 커피와 초콜릿 설탕 등이 꼽히고 있지만 그 품목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윤리적 경영과 소비 등이 강조되면서 이 문제는 국가간 기업간 무역 블록을 형성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얘기와는 약간 다른 사안이지만 LG전자 남용 부회장의 일성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많이 거두는 수익’보다는 ‘좋은 수익’을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올들어 요동치는 환율 문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폄훼하고 있지만 그의 속 뜻은 기업 역량을 극대화해 정당하게 벌고 바르게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착한 소비’와 ‘좋은 수익’이란 용어를 게임계에 대입해 보면 심난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한 게임 메이저는 수백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예상밖의 놀라운 실적이었다. 그런데 칭찬의 말보다는 이쪽저쪽에서 비아냥의 소리만 들려 왔다. 그들 말을 종합하면 한심하다 못해 허탈감 마저 든다. 협력사에 너무나 인색할 뿐 아니라 산업에 밑거름이 될만한 일은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기업이 바로 그 회사라는 것이다.
  또다른 게임업체는 자칫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을 만한 게임을 가지고 흥행사업에 나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업계를 위험 담보로 해 큰 돈을 거머쥔 것. 하지만 이 업체는 그 돈을 산업계에 재투자하지 않고 자기 식구 챙기기와 외산게임 사들이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이래선 곤란하다. 물론 이런 기업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밖으로는 ‘나쁜 지출’과 ‘불량한 수익’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투영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규모 만큼의 사회 윤리적 역할은 해야 한다. 이를테면 지출해야 할 돈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벌어들이는 수익만큼 버려지는 지출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것이 바로 ‘착한 수익’이고 ‘바른 경영’이다. 어떻게 매일 수익만을 위한 투자와 지출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임계도 이젠 ‘착한 경영’에 나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것이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라고 할 지라도 그 길로 가야한다. 그게 엔테테인먼트계, 특히  게임계에 처한 운명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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