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전성기를 맞았던 대한민국 영화산업이 또다시 같은 오류를 범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몇몇 작품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그 기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쉬리’,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등 잇단 대박 히트작이 등장하던 한국 영화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창의적인 콘텐츠 부재 때문이다. 소위 조폭 영화가 뜨면서 비슷한 스토리의 작품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고,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시작됐던 신세대 멜로 장르도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전락했다.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새로운 영화 지평을 열고 있는 영화인들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메이저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영화산업은 이러한 콘텐츠를 앞에 두고도 요지 부동이다. 능력있는 감독들이 좋은 평가를 들면서도 차기작을 만들어 낼 여력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게임산업도 영화와 마찬가지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은 겉모양이 조금 다를 뿐 비슷 비슷한 패턴의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게임계에서 명장이라 일컬어지는 한 개발자의 말이다. 물론 게임업계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블루오션을 개척하려는 개발자들의 혼이 담긴 작품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프론티어들이 대형 퍼블리셔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열정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게임산업은 이제 막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업이 성숙하면 증가세가 더뎌지고, 결국 하락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문제는 하락의 폭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락하던 산업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데는 신기술의 등장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이 필요하다.
 한국 게임산업도 고사양의 하드웨어 등장과 더불어 네트워크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IT 기술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을 독창적 콘텐츠다. 신대륙을 개척하려는 개발자들은 조금 더 끈기를 갖고, 퍼블리셔들도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에 조금 더 투자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명근기자 dionys@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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