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변호사>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 간 일산 킨텍스에서 ‘지스타 2007’이 열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과연 ‘게임쇼’라는 형식이 게임이라는 특성, 특히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감안할 때에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부스쇼 형식은 자동차·컴퓨터·휴대폰 등 외형적으로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물품을 대상으로 한 것 일 때에나 적합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이 주축이 되어서 행사를 한다면 게임과 관련된 어떤 물품을 전시하는 것이 행사의 주된 내용이 되어서는 안된다. 행사의 주된 내용은 그 작품이 기존의 타온라인 게임과는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등 게임에 담긴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게임쇼의 형식으로 행사를 한다는 것은 콘솔, 조이스틱 등의 게임 디바이스를 전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온라인 게임의 특성과는 맞지 않다. 조그마한 부스의 한정된 공간에서 과연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할까. 어려운 일이다.
 
  지난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상해에서 열렸던 ‘차이나조이 2007’ 역시 부스쇼의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이 되었다. 함께 갔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차이나조이 2007’은 ‘지스타 2006’을 많이 모방했다고 한다. 그런데 ‘차이나조이 2007’을 보면서 느낀 것은 ‘모두 게임과는 관련이 없는 것들 뿐’이란 생각이었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차이나조이 2007’에 과연 어떤 게임들이 출품되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여기저기 공짜 경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다니고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부스모델들이 카메라맨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작 보여줄 물품이 없는 상태에서의 게임쇼는 부스모델들의 쇼로 전락하고 말았고, 결국은 어떤 게임회사가 어떤 복장의 부스모델들을 채용했더라 하는 것만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고 만 셈이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채, 물품을 전시하는 행사의 형식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의 특성은 무엇이고, 온라인 게임은 어떤 형식의 행사가 적합한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은 공간을 차지하는 물품의 외관이나 성능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담고 있는 내용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에 적합한 형식의 행사는 필름 페스티벌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쇼의 형식보다는 게임 페스티벌의 형식이 더 많은 예산과 더많은 공간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하지만 좁은 공간 내에서 이 부스, 저 부스로 이리저리 밀려다니느라 게임의 내용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경품이나 챙기고, 부스모델들의 외모만 감상하는 것이 전부인 게임쇼보다는 훨씬 더 알찬 내용의 행사가 될 것이다.
 
  행사에 참가한 게임업체들이 각각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한편의 새로운 영화를 상영하는 기분으로 넓은 공간에 여러 귀빈, 게임업체 관계자, 고객들을 모시고, 새로운 게임의 내용의 이모저모를 고해상도 대형 스크린으로 소개하고, 코스튬 플레이, 게임대회, 유명 개발자와 유명 플레이어의 사인회, 경품행사,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를 병행한다면 지금의 게임쇼보다는 훨씬 더 알찬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제대로 행사가 정착한다면 다른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처럼 정말 진정한 의미의 게임축제, 도시전체의 축제로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phill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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