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교수(서강대)
 
  얼마전 일본의 ‘도쿄게임쇼2007(이하 TGS)’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일본의 TGS는 유럽의 ECTS, 미국의 E3와 함께 세계 3대 종합게임전시회라고 일컫는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게임전시행사인 만큼, 기대가 앞서는 참관이었다.
 
 이번 TGS행사의 주된 이슈는 세계 비디오게임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소니의 PS3, 닌텐도의 Wii,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360에서 가동되는 신작 비디오게임의 발표에 초점이 모아졌다. 코에이, 세가, 반다이 남코, 캡콤, 코나미 등과 같은 개발사들이 선보인 게임들은 화려하고 웅장하게 전시장을 장식했다.
 
 이번 행사에서 특이한 것은 그동안 일본이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온 온라인게임을 전시장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 대신 변방을 떠돌던 모바일게임들이 대거 자리 잡아 시선을 집중시켰다. 특히, 필자를 감동시킨 것은 어린이들만의 전용 코너를 따로 마련한 행사였다. 새로운 잠재력을 지닌 어린 사용자들을 적극적으로 배려하고 있는 그들의 행사에 박수를 보낸다.
 
 일부 언론 및 전문가들은 이번 TGS행사를 두고 그들만의 잔치였다거나, 예년의 행사에 비해 더 나아진 것이 없다거나, 일본의 게임시장도 이젠 그 한계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잘되었다 못되었다는 결과론적인 평가보다는 안정된 환경 속에서 힘차게 전진해 나가고 있는 그들의 게임산업에 한 없이 부러운 시선을 던지며 돌아왔다.
 
 TGS가 필자의 가슴 속에 각인시켜준 모든 행사의 잔상(殘像)들은 최근에 들어 위기설이 나도는 우리 게임산업의 총체적인 문제점들과 자꾸 겹쳐서 떠오르곤 한다.
 
   창의력이 베인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를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개발하며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양산해 내고 있는 일본의 수많은 게임개발사들의 발전. 물론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위(Wii)와 같은 자국산 비디오게임기의 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에게선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레드오션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로지 세계를 향해 포효하는 블루오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들은 수익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작품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인의 장인정신에서 기인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 TGS에서는 닌텐도의 ‘위’용 타이틀들이 단연 돋보였다. 1년 전에 닌텐도 본사를 방문했을 때, “게임자체가 심플해 누구든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하타노신지 전무의 말이 생각났다. 혈기 왕성한 청소년층의 전유물이다 시피한 게임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은 바로 닌텐도가 추구하는 기업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신은 사용자들을 위한 배려와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당연히 감동한 만큼, 이익을 환원시켜 주게 되어있다.
 
   기업의 정신이나 자세는 결과적으로 게임이 진화되어야 할 방향까지도 리드해 나가게 된다. 지금 우리 게임산업은 더 이상의 진화를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본에게 비디오게임이라는 플랫폼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온라인게임으로 보나, 패키지게임으로 보나, 무궁무진한 장르를 연출해 낼 수 있는 PC라는 플랫폼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장르에만 개발력이 편중돼 레드오션 속으로 빠져 드는 우리의 현실. 물론,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내수경제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볼멘 목소리. 그러나, 그 보다 다른 탓이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 할 수는 없을까.
 
 <munsara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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