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게임계의 동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적막함, 그 자체였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정중동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느냐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겠지만, 솔직히  그것은 산업 애착에서 비롯된 위안의 목소리일 뿐이다. 진정 정중동의 모습이었다면 이즈음에서 한가닥 신명나는 굿판이 벌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바다이야기’파문 이후 지금까지 그 길고 어둔 적막을 깨지 못하고 있다.
 
  일각의 주장대로 움직임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문제는 그게 그리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고 잡힐 듯 하면서도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고요함이 불안하고 그 깊은 침묵이 두렵다.
 
  흐름(트렌드)의 중심에 서서 이를 이끌고 주도해야 하는 데 겉꺼풀의 흉내내기에만 급급한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게임계가 끝내 항로를 이탈한 것은 아닐까. 또 그것도 아니라면 시장 정점에 서서 대책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별의별 상념이 다 떠오른다.
 
  하지만 시장 정점이라니, 이게 말이되는 소리인가. 내수부문이 다소 위축되고 있지만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고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쌍방향시대, 그리고 IP-TV개황이 잇따르면 핵심 콘텐츠는 단연코 게임이다.
 
  항로를 이탈했다고 흥분해 당황하거나 갈팡질팡할 게임계의 맨파워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지장에다 용장들이다. 이탈했다고 해도 바로 정상항로를 되찾아 비행할 수 있는 베테랑 조종사들이다.
 
  확실히 변해야 하는 데  그 중심에 서 있지 않은 게 원인이다. 실수는 누구든 할 수 있다. 실수가 없다면 발전도 성장도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인정하고 수용하느냐의 여부다. 그 것이 변화의 본질이다.
 
  언필칭 게임계가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라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산업에는 완벽이란 게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실수가 잇따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산업에선 완벽이란 표현보다는 최고란 용어를 자주 쓴다. 완벽의 세계에선 실수를 용납하지 않지만 최고의 세계에선 이를 용인하고 수용하기 때문이다.
 
  변화의 생명은 무엇보다 믿음과 신뢰가 자양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불신과 변화의 흐름에 저항하는 끈들을 모두 끊어야 한다. 재량권이 제한돼 있고 간섭이 끊이지 않는 조직에서는 변화를 이끌수 없고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를 이 시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나긴 적막감이 이런 제 요소를 담보하지 않은 채 이끈 결과라면 안타깝고 참담할 따름이다.
 
  게임계는 지금 다름아닌 조직의 변화, 의식의 변화, 체질의 변화를 이끌 때라고 본다. 그리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게임계의 따라하기 흐름도 실패만은 면해보고자 하는 얄팎한 기획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적막을 걷어내자. 두려움으로는 시장을 수성할 수 없고 세계를 제패할 수 없다.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바보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현자는 배움을 구한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엔테테인먼트 산업의 룰이며 생명력이다.
 
  그래도 두려워만 할것인가. 이제 한번 신명나는 굿판을 벌여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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