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스타크래프트’가 맨처음 국내에 소개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워크래프트’의 버전업 게임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 업체가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의 온라인 게임결과에 따라 게이머들에게 세계랭킹을 부여했을 때에도 역시 그것은 게임의 재미를 위한 또 다른 요소에 불과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신주영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을 때도, 그나마 게임에서는 한국이 세계 1위를 하기도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쌈장 이기석이 프로게이머란 직업으로 광고에 출연했을 때도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과연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열리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방송사에서 중계가 되기 시작하면서,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을 때 임요환의 드롭십이 대중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친근하지만 가장 약하다고 알려진 테란 종족의 유저로서 무너질 듯, 무너질 듯 하다가도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소수 유니트의 기습공격과 환상적인 컨트롤로 경기를 역전시켜 승리를 따내곤 하는 임요환의 플레이는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의 플레이는 관중들로 하여금 ‘스타크래프트’가 보는 게임으로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임요환과 대항했던 다른 프로게이머들 또한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또 홍진호와 김동수, 박정석, 이윤열 등과 같은 선배 프로게이머들을 동경해서 수 많은 후배 프로게이머들이 뒤를 이었다. 이는 특히 잇따른 프로 게임단의 창단으로 이어졌다. 프로게이머들의 숫자가 많아 지면서 이들의 경기장면을 보다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팀별 대항 방식의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창설되는 등 보다 많은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열리게 됐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의 보는 게임으로서의 성공에 힘이어 다른 게임들 역시도 연이어 대회를 열면서 보는 게임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결국 e스포츠의 저변을 넓히는 결과를 낳았다.
 
  오래 전에 출시된 게임으로서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해야 할 ‘스타크래프트’지만, 아직까지도 보는 스포츠로서의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점을 생각해본다면 임요환이란 스타 플레이어 한 사람의 존재가 e스포츠 산업에 미친 영향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임요환을 넘어서는 e스포츠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해야 할 때다. 어차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를 발표한 이상에는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의 중심에 설 수가 없게 됐다. 그렇다면 e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스타크래프트2’의 게이머가 아닌 국산 게임의 유저로서 임요환을 넘어서는 새로운 e스포츠 스타가 탄생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보는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플레이하는 것은 즐겁지만 보는 게임으로서는 지겨운 게임들이 매우 많다. 또한 승패가 전적으로 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실력과 운의 적절한 비율에 의해서 승패가 좌우될 수 있도록 게임 밸런스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 방송용으로 적합하도록 게임용어와 그래픽들이 순화되어야 한다.
 
  MMORPG와 FPS게임, 레이싱게임, 웹보드류의 게임 등 보는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느 게임들은 많다. 이러한 게임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온·오프라인 게임대회가 열리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e스포츠 스타를 탄생시키려는 다각적인 노력들이 행해져야 할 때다.
 <이종필 변호사 / phill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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