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심형래 감독의 SF무비 ‘디워’가 예상외의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700만 관객을 불러 모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린 ‘화려한 휴가’도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롱런 채비를 갖추고 있다. 침체의 늪에서 허덕여 온 영화계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작품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한 작품은 작품성으로 인해, 다른 한 작품은 영화 소재로 인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워’의 경우 논란의 불씨가 아예 흥행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만큼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평단의 논쟁과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들 영화 흥행에 큰 보탬이 됐다는 점이다.
 
  솔직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평론이 밋밋해 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한 순간 펜 끝이 심하게 무뎌졌다. 특히 영화·음반 쪽이 더 극심했다. 특정인에 줄을 선 듯한 평이 난무했고, 평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주변 잡기에 가까운 글이 많았다. 아마도 작품수를 뒤따르지 못한 대중 평론계의 인적 수용 한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엔터테인먼트계의 굴곡을 평단의 목소리와 결부시켜 바라본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작품뿐 아니라 작품외적인 재미를 한껏 안겨주고 제공하는 게 비평이며 평론이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황에 몸부림치는 출판계가 그나마 일정 수준을 유지해 가고 있는 힘의 원동력은 그 곳에 진정한 논객이 있고, 그들이 그 토대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은 더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게임계가 여름 한철을 놓치고 있는 모양이다. 이른바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신작들이 대거 참패의 쓴 잔을 마시고 있다. 마니아를 불러 모으지 못한 마케팅의 실패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것보다 새로운 이슈를 양산하지 못한 채 제 목소리만 높인 탓이다.
 
  게임계의 착각은 이른바 작품성(게임계에선 게임성이라고 한다)만 갖추고 얼추 마니아들을 이끄는 마케팅만 동원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작품외적인 요인을 만들고 양산하지 않고서는 적시에 대권을 잡을 수 없다. 엔터테인먼트 상품은 마치 생선과 같아서 선도가 떨어지면 그대로 곤두박질 한다.
 
  그 역할과  기능은 다름아닌 평단의 몫이라고 본다. 그들을 통해 재미를 양산하게 하고, 그들을 통해 구전 마케팅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게임계엔 그런 비평가. 평론가들이 태부족하다. 아니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다.
 
  이젠 게임계도 논객을 키울 때가 됐다.
  마니아들이 논객이 아니냐고 믿고 싶겠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마니아일 뿐이다. 그들을 양산하고 키워내야 할 책임은 다름아닌 산업계에 있다.작품과 더불어 작품외적인 것으로 대 성공을 거둔 게임을 한번 봤으면 한다.
  ‘디워’가 보여준 위력이 바로 그  것이다.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