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이 드러나면서 그 파고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는 나아진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해에는 ‘바다이야기’사태 등 악재가 너무 많았고 수요 양극화 현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수요 변곡점에 달했다며 게임계에 찬물을 끼얹는 등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어두운 굴레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닦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짐은 일단 긍정적이다. 아직 실물경제에 까지 미치고 있지는 않지만 수요가 살아나고 있고 수출 시장도 개선되고 있다. 원고에 대한 부담만 조금 덜어 낸다면 해외시장 개척에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게임계의 내부적 요인이다. 새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순환 구조가 보장돼야 한다. 묘목을 다듬지 않고서는 큰 나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그 길이 막혀있다. 중소 개발사들이 몸살을 앓고있는 게 그 준거다.
 
   대작 위주의 제작 관행도 큰 문제다. 말 그대로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고 한 작품에 엄청난 개발비를 쏟아 붓고 있다. 마치 사촌이 땅을 사니 배 아파서 땅을 산다는 식이다. 거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작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한 만큼 거둘 것이라는 생각은 말그대로 착각이다. 내수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수출은 고난의 연속이다. 내수 규모가 이미 대작 수용 한계를 벗어났는데도 굳이 그 배에 올라타겠다는 것은 자신의 세를 과시해보려는 편협한 아집이며 화를 자초하는 길이다.
 
 시장 수요 판도가 1인칭 슈팅게임(FPS)으로 쏠리면서 어느 순간 너도나도 그 장르에 몰리고 있는 것도 문제 거리다. 특정 장르의 쏠림현상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의 흐름은 위험수위다.
 
 한때 우리 영화계가 큰 재미를 본 장르가 코믹 드라마였다. 우리 영화계의 새 장을 개척한 공이 큰 장르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이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끝내 관객들은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극장가에 외화가 휩쓸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들어 승승장구하는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대작으로 재미봤다는 데 보다는 포트폴리오를 나름대로 구축해 수익을 올린 기업이 더 많다. 마치 잔잔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대작은 아니지만 여러 좋은 작품을 엄선해 선보임으로써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이다. 이같은 실적 결과는 게임계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잔잔한 작품도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 효율성 측면만을 보면 대작 못지 않다. 이는 대작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끔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도 할 수 있다. 선순환구조를 개선 할 수 있는 신호탄이다.
 
  또다른 사실 한가지는 리스크의 분산이다. 한작품이 흥행시장에서 실패해도 데미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특정장르의 쏠림 현상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요인이다.
 
  첫술에 배를 채우려 들어선 곤란하다. 외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큰 물을 형성하는게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옳고 바람직한 일이다. 산업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처방전을 거창하게 찾고 외칠 필요가 없다. 그 해답은 다름아닌 늘 평범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작은 불꽃이 큰 불을 일으킨다고 했던가. 그게 정답이다.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